(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최근까지 수사 상황을 보면 145억여 원과 함께 사라진 말레이시아인 A씨(55)는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현금을 제주에 남겨두고 떠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 측이 현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한 이후 범행 방법을 놓고 수많은 추측이 이어졌다.
50대 여성이 홀로 5만원권으로 29만장에 달하는 현금다발을 한 번에 운송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인 A씨가 금융당국 등의 의심을 받지 않고 145억여 원의 한화를 송금하거나 외국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외국인이 해외송금을 보내기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돈을 얻었는지 등을 입증하고 한국은행 대외지급수단매매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국인 역시 해외 송금한도액은 연간 5만달러로 제한됐다.
◇뜯지도 않은 126억원 제주에…공범 역할은?
이에 공범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고 이는 곧 사실로 확인됐다.
공범들의 정확한 수와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2명 이상의 사람이 범행을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은 국적 불명의 B씨와 중국인 C씨 등 2명을 공범으로 보고 쫓고 있다.
A씨와 중국인인 C씨는 이미 다른 나라로 출국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떠났지만 145억원 중 상당수는 제주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카지노 VIP금고실인 물품관리소 내 또 다른 금고와 제주시 모처 등에서 발견한 돈은 총 126억여 원이다.
나머지 약 20억원도 해외 반출이 쉽지 않아 국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돈이 사라진 현금과 같은 돈으로 밝혀질 경우 제주에서 관리하거나 보관해줄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찰이 발견한 현금은 5만원 신권으로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였으며 사용한 흔적도 없었다.
불법 외환거래인 일명 ‘환치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 원화를 건네면 제3국에 가있는 A씨가 달러로 돈을 건네받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제주 경찰은 “환치기 등 다양한 가능성을 넓게 보고 제한을 두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왜 다시 카지노 금고에 넣었을까
굳이 다시 카지노 금고 안에 현금을 넣어놓은 이유에도 의문이 남는다.
제주경찰에 따르면 A씨는 물품관리소에 아무도 없을 때를 노리고 몰래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카지노 측에서 볼 때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없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물품관리소를 들어가 자연스럽게 돈을 이동했다고 전해진다.
해당 금고는 금고 주인이 갖고 있는 열쇠와 회사 소유 열쇠 모두를 사용해야 열 수 있다.
물품관리소 내 본인 명의의 금고를 갖고 있던 A씨는 절차에 따라 직원과 함께 들어가 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A씨가 본인의 금고에서 돈을 뺀 뒤 바로 그 자리에서 직접 다른 사람의 금고로 돈을 옮겼는지에 대해 경찰은 함구하고 있다.
A씨가 어떤 이유로든 회삿돈을 금고에서 빼간 뒤 물품보관실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가 제3자를 통해 고객돈으로 위장해 금고에 다시 넣어놨을 가능성도 나온다.
수사 중 81억5000만원이 발견된 타 고객금고에 돈이 들어갔을 때 역시 고객열쇠와 회사열쇠를 모두 사용하는 공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고에서 돈이 나올 때도 들어갈 때도 물품보관실에는 최소 2인 이상이 자리에 있었다는 얘기다. 카지노 측에선 눈앞에서 회삿돈이 사라지는 데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제주경찰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현금과 추가 공범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그래서 145억원이 사라진 경위와 추적 중인 공범의 신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