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삼성이 한국의 주력 디스플레이 기술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일본의 JOLED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에 나섰다.
이는 JOLED가 지난해에 삼성을 상대로 먼저 특허 분쟁을 일으킨 데 대한 맞소송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의 유력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인 올레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JOLED, ASUS(에이수스)를 상대로 특허침해(patent infringement) 소송을 제기했다.
피소된 JOLED는 일본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업체로 2015년 1월 일본 정부 주도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재팬디스플레이(JDI), 소니, 파나소닉 등이 합작해 만든 올레드 전문 기업이다. 2016년 JDI가 INCJ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장을 통해 피고인 JOLED, 에이수스가 자신들의 특허를 무단으로 침해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JOLED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해놓은 자신들의 올레드 기술특허 '박막 트랜지스터 어레이 기판 및 이를 포함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Thin film transistor array substrate and organic light-emitting diode display including the same·특허번호 9768240)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는 JOLED로부터 올레드 패널을 공급받는 대만의 전자업체 '에이수스'도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에이수스가 2018년 선보인 화면 크기 21.6인치의 4K UHD 올레드 패널 기반의 모니터 '프로아트' 제품(모델명 PQ22UC)을 구체적인 특허침해 제품으로 지목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문제가 된 특허는 2014년 10월에 한국에 먼저 출원된 뒤 2015년 5월에 미국에서 출원 심사가 시작됐다.
미국 특허청에 삼성디스플레이 소유 특허로 정식으로 등록된 건 2017년 9월 19일이다. 그러나 JOLED가 에이수스에 프로아트 모니터용 올레드 패널 샘플을 공급했다고 밝힌 시기는 2018년 1월로 시기적으로 4개월 가량 늦다.
삼성은 소장을 통해 "피고인 JOLED와 에이수스가 직간접적으로 특허를 침해한 데 대해 영구적인 명령을 내려달라"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입은 물질적 손해에 대한 피해배상도 청구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JOLED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낸 것을 두고 지난해 불거진 양사간 분쟁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분석한다.
앞서 JOLED는 2020년 6월에 미국 텍사스서부지방법원과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법인,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이 단순 '맞대응' 성격이라기보단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올레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지식재산권(IP)을 지켜내기 위한 삼성의 정당한 권리행사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법무팀 IP 담당 임원으로 미국의 로펌 출신 김창식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점차 늘어날 특허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재계에선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세계 곳곳에서 불거지는 각종 특허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서도 삼성전자는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이 특허 상호계약 로열티 규모를 두고 소송을 제기하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수입금지를 촉구하는 맞소송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