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 = 중국에서 대리모는 불법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을 비웃듯 중국에선 '난자 매매'와 '대리 임신'은 부르는 게 값이다.
지난달 25일 중국 시사주간 잡지 남풍창은 난자 매매·대리 임신 금지 20주년을 앞두고 이 문제를 조명했다. 잡지는 "2021년이면 난자 매매 및 대리 임신이 금지된 지 20년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이 산업은 성행하고 있고, 부르는 게 값"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난자매매와 대리모 산업은 날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대리 임신'만 검색하더라도 수많은 업체가 뜬다.
업체 종류도 다양하다. 여성을 모집해 난자를 채취한 후 기업체에 넘겨주는 중개업체부터 이들로부터 난자를 공급받아 의뢰인에 넘겨주는 업체까지. 심지어 이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한번에 처리해주는 거대 기업도 있다.
난자 매매 가격은 기본적으로 1만~5만 위안(약 166만원~835만원)에서 책정된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고 학력이 높을수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한 업체가 올린 공고글에 따르면 18~28세 여성은 최고 12만 위안(약 2000만원)까지 받을 수있다.
남풍창은 "최근 난자를 제공한 칭화대생은 40만 위안(약 6800만원), 샤먼대 대학원생의 난자는 15만 위안(약 2500만원)에 가격이 매겨졌다"고 꼬집었다.
대리 임신은 더 비싸다. 기본 프로그램은 58만 위안(약 9700만원)이지만, 아들을 원할 경우 90만 위안(약 1억5000만원)까지 오른다.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없는 법. 왜 많은 중국인들은 불법인 난자매매와 대리 임신을 택할까? 이는 중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현재 중국 부유층은 타고난 머리와 노력 없이 그저 운이 좋아 많은 부를 쌓은 이른바 '졸부'들이 많다.
또 중국은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한 가정당 한 아이만 허용됐다. 지금은 2명까지 가능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두 명보단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에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운좋게 부를 얻은 사람들은 '지성'을 욕심낸다.
내 아이가 똑똑했으면 하는 바람. 또 기왕이면 외모가 출중했으면 하는 바람. 이런 욕망들은 누구나 있지만 중국 부유층들은 돈으로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든다.
부유층이 아닌 일반 시민의 경우, 시댁과 주변인들의 눈치·압박에 난자를 구입하거나 대리 출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비혼', '딩크족'과 같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려는 분위기의 한국 사회와 달리, 중국은 여전히 '아이 있는 가정'이 디폴트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난자 매매 및 대리 임신의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인류보조생식기술에 대한 관리조치’에 따르면 난자 매매·대리 임신이 적발되면 최고 3만 위안(약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당국의 감시감독 소홀 및 가벼운 처벌이 대리 임신 산업을 키웠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