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 회복한 피해자의 증언…항소심서 추가 범행 드러난 40대

입력 2021.01.01 09:01수정 2021.01.01 13:47
실어증 회복한 피해자의 증언…항소심서 추가 범행 드러난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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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동업자를 폭행한 후 인지기능 장애를 입히고, 재판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9월25일 오후 10시쯤 인천 서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동업자 B씨의 뺨을 1대 때려 외상성 경막 밑 출혈 등을 입힌 혐의(중상해)를 받았다.

B씨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몇달 간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뇌손상 후유증으로 실어증, 혈관성 치매, 인지기능 장애, 충동조절 장애 등 후유장애를 입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승강기 수리업을 함께 하던 B씨와 돈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며 "B씨가 뺨을 맞은 후 뒤로 스스로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 변호인은 재판과정에서 "뺨을 한 대 때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폭행 당시 인지 기능의 영구 장애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ΔB씨의 머리 부분에 둔기가 사용됐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ΔB씨가 엉덩방아를 찧었다면 추락하는 힘이 소실돼 두개골 골절이 발생하기 힘든 점 ΔA씨 역시 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점 등을 근거로 A씨의 폭행과 영구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은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A씨가 B씨의 뺨을 1차례 때린 사실만 유죄로 인정한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표극창)는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A씨는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도 즉시 구조하지 않았고, 오히려 근처에 있다가 출동한 경찰관에게 피해자가 혼자 넘어졌다고 둘러댔다"며 "A씨는 피해자를 데려가라는 경찰관의 권고도 거절하고, 피해자를 택시에 태워 현장을 떠나는 등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물론 가족들도 언제 회복될지 모를 피해자를 간호하면서 막대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받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A씨는 실형 등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로 왔다.

B씨는 항소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A씨가 뺨을 한 대 때리자 넘어졌고, 관자놀이를 발로 밟고, 주먹으로 얼굴을 계속 때렸다"며 "이후에는 사물이 두개로 보이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그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오던 B씨는 실어증을 회복해, 항소심에서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 변호인은 "B씨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추가로 제출된 상해진단서, B씨의 법정진술, 감정서 등을 종합하면 A씨가 B씨를 수차례 폭행한 것이 맞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인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항소심에 이르러 3096만원을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B씨가 겪는 인지장애는 논리적 사고의 어려움, 전반적인 언어기억력 저하 등인데 B씨에게 망상 증세가 있거나 진술을 유도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과 같이 자신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는 것은 고도의 추론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을 정도로 중한 상해를 입었다"며 "A씨는 법원에는 선처를 구하면서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나 가족들에게는 피해 회복을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피해자가 한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점을 확인하고 법정에서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질책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지난해 9월 A씨가 상고를 취하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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