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모텔에서 아기를 낳은 후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불법체류 태국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장철익 김용하)는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 A씨(37)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9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출산을 한 A씨는 아기에게 수유를 하지 않고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생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 2018년 국내 체류기간이 만료됐지만 이후에도 출국하지 않고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출산 당일에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한국말을 몰라서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고 유흥업소 업주도 도움을 주지 않아 병원에 못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은 "아기를 방치하려고 한 사실이 없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소극적 대처로 아기가 사망한 것이 맞다"며 유죄를 인정하고 "최소한의 산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해 범행 결과가 가볍지 않다"고 봤다.
다만 "A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발각될 경우 추방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고 신체적, 정신적 충격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은 것을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후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출산할 경우 한국에서 양육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며 "나이, 가족관계, 범행 동기 등을 종합하면 원심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jo@fnnews.com 조윤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