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론' 지도부 선 그었지만 김두관 "권총만 쏘나"

입력 2020.12.29 12:09수정 2020.12.29 17:52
"죽도 밥도 아니게 타협하는 것은.."
'尹 탄핵론' 지도부 선 그었지만 김두관 "권총만 쏘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尹 탄핵론' 지도부 선 그었지만 김두관 "권총만 쏘나"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김진 기자 = 여당내 강경파가 띄운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에 대한 당내 찬반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윤 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여론조사 결과와 맞물리며, 윤석열 탄핵 추진 논란은 연말 집권여당의 정치력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형국이다.

이낙연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탄핵 추진에 대해 신중론을 펴자, 탄핵 주장 선봉에 선 김두관 의원 등 강경파 의원들은 "안이한 생각"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29일 오후 열리는 화상 의원총회에서도 탄핵 추진에 대한 의원들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28일) 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소속 의원과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에게 친전까지 돌리며 탄핵 추진 동참을 촉구한 김두관 의원은 이날도 당내 탄핵 신중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태풍이 지나갔는데 무슨 (탄핵) 역풍이냐"며 "어려울수록 당당하게 가면 또 국민들이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인데 죽도 밥도 아니게 타협하는 것은 (안된다)"고 지도부의 검찰 제도 개혁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됐는데 우리는 권총 하나만 쏘자는 얘기에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총장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검찰)제도개혁을 하면 된다고들 말씀을 많이 하시지만 너무 사안을 안이하게 보는 생각"이라며 "숫자로 계산할 수 없지만 많은 의원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의 탄핵 주장에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거들고 나선 상황이다.

추 장관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는 글을 공유했다. 추 장관이 공유한 글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출신 민형배 의원이 '오마이뉴스'에 낸 기고문이다. 민 의원은 "탄핵은 자연인 윤 총장에 대한 단죄가 아니다"라며 "수구카르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검찰조직의 예봉을 꺾어야 나머지 과제들의 합리적, 효율적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탄핵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직접 탄핵론에 힘을 실으면서 탄핵 추진에 선을 그은 당 지도부에 일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일부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층들이 탄핵 목소리를 내는 것도 김 의원이나 추 장관이 탄핵 목소리를 내는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김두관 의원과 추미애 장관이 탄핵 주장에 나서면서 지도부를 비롯해 다수의 의원들이 난감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윤석열을 탄핵해야 한다는 강성 친문 당원들의 문자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정청이 원팀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탄핵 관련해 지도부와 개별 의원들간 의견이 나뉘어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김 의원이 강성 지지층의 점수를 따보려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해석한다. 대권 주자로 나서기에는 부족한 전국구 차원의 존재감을 이번 기회에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대선 직행이 점쳐지는 추 장관 역시 강성 친문의 지지를 고리로 몸집을 키우려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해석에 대해 김 의원은 "동의할 수 없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라며 "지금 당원이나 지지자들은 정말 강력하게 (탄핵을)요구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강성 지지층과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지만, 당 지도부는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탄핵 추진이 자칫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데다, 윤 총장의 입지만 더 키워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윤석열 때리기' 국면에서 전환, 검찰개혁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검찰개혁 특위 1차 회의에서 "혼란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지향은 분명히 하는 검찰개혁 특위가 됐으면 한다"며 "많은 의견이 당 안팎에서 쇄도하고 있는데 검찰개혁 특위가 잘 녹여서 좋은 결론을 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으로서는 탄핵이 불필요하다"라면서도 "다만 윤 총장의 탄핵 사유는 충분히 드러났고, (탄핵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 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명분은 충분하지만, 실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윤석열 쇼크'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는 사이, 윤 총장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를 오차 범위 밖으로 제치며 여야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리얼미터가 21~2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41명을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윤 총장은 지난달보다 4.1%포인트 상승한 23.9%로 1위에 올랐다. 이 대표와 이 지사는 각각 2.4%포인트와 1.2%포인트 하락해 나란히 18.2%로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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