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질책한 재판부 "벌금 90만원 의미 곱씹어봐야"

입력 2020.12.24 13:53수정 2020.12.24 14:12
선거법 위반은 맞지만 지사직 유지ㅋㅋㅋ
원희룡 질책한 재판부 "벌금 90만원 의미 곱씹어봐야"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희룡 제주지사가 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지사직 상실 위기를 피했다.2020.12.24/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피고인은 오늘 벌금 90만원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희룡 지사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하며 이렇게 요구했다.

재판부의 요구는 벌금 100만원 미만이어서 지사직 상실 위기는 면했지만 원 지사의 행위가 엄연히 법을 위반한 '유죄'이고 왜 유죄가 선고됐는지를 되돌아보라는 의미로 보인다.

재판부는 원 지사가 '제주 더 내일센터' 교육생들에게 업무추진비로 피자를 제공한 것은 기부행위라고 본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유튜브 '원더풀 TV'에서 홍보한 죽세트의 경우 원지사 변호인단은 강원도지사의 감자 판매 등을 거론하며 타 지자체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특정업체의 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원 지사가 판매한 상품은 냉동한 가공식품이어서 지역특산물로 볼 수 없고 홍보할 죽 세트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행정적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에서는 법조인 출신임에도 법적 검토를 허투루해 두 차례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 원 지사를 직격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 지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인 5월 23일과 24일 각각 서귀포시와 제주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주요 공약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에서는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100만원 이상)을 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적 검토 능력과 기구를 갖췄지만 이를 게을리 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들은 법적 행정적 검토없이 수십분만에 즉흥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이전부터 도지사 공무에 포함되느냐를 두고 논란이 된 원 지사의 개인 유튜브 방송의 성격도 재조명 받고 있다.

원 지사는 그동안 유튜브 방송에는 일체 공직자가 관여하지 않는 개인 채널이라 주장했지만 지난 공판 과정에서 수행비서들이 아이템을 선정하고 문제가 된 죽세트를 직접 공장에 가서 사비로 지불해 사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도 원 지사의 유튜브 방송이 공익성보다는 개인 홍보용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동영상 일부는 제주도와 관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실상을 보면 유명인과 대담하는 등 주인공은 대부분 피고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자 제공 영상 역시 유튜브에 게시됐다"며 "결국 피고인 자신을 널리 알리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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