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주사 맞으라고(진단검사를 받으라고) 문자 왔길래 물어보러 왔는데 닫았네…."
18일 오전 제주시 이도일동 한라사우나는 '코로나19로 당분간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만 붙은 채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에서 밤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발생하며 새로운 집단감염 고리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열어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사우나였던 터라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한 주민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한 어르신은 검체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문자를 받고 한걸음에 목욕탕으로 달려온 참이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사우나를 찾은 듯한 또 다른 주민 역시 닫힌 문만 쳐다보다 허탈한 듯 걸음을 옮겼다.
굳게 닫힌 유리문 너머로는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이 사우나는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철저히 단골 손님 위주로만 영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덧대어진 '영업중지' 안내문 아래로 '관광객 사절'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사우나 인근의 한의원 관계자는 "관광객은 물론이고 어쩌다 한 번씩 오는 손님들도 아예 받지 않았다"며 "매일같이 찾는 고객들만 출입할 수 있도록 운영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사우나 업주는 외부 감염 요인을 최대한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감염은 뜻밖의 곳에서 시작됐다.
제주 방역당국은 한라사우나 내 집단감염이 2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김녕성당발 집단감염과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라사우나 매점 운영자이자 사우나 최초 확진자인 제주 149번 확진자가 지난 16일 양성판정을 받기 전 김녕성당에서 식사 모임을 가졌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녕성당발 확산세가 제주 시내의 사우나까지 옮겨진 셈이다.
방역당국은 비교적 노후되고 좁은 내부공간에서 고객들과 접촉이 이뤄지면서 추가 감염자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배종면 제주도감염병관리단장은 이날 진행된 관련 브리핑에서 "김녕성당 관련 집단감염에 대한 인지가 늦어져서 지역사회로 확산되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집단감염이 확인된 이상 인력을 대거 투입해 전파속도보다 역학조사와 방역의 속도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달 들어 성안교회, 김녕성당, 한라사우나, 대기고 등 총 4건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사우나와 학교, 실내체육시설, 성당·교회 등 종교시설, 장례식장에 3단계에 준하는 방역수칙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제주 방역당국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한라사우나(여탕)를 방문했던 도민들은 증상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