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버티면 난감한 문대통령 다음 수는?

입력 2020.12.17 16:05수정 2020.12.17 16:43
문재인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지게 될까요
윤석열 버티면 난감한 문대통령 다음 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하면서 사실상 불신임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냈지만, 윤 총장이 여전히 징계에 대한 불복 의사를 고수하면서 윤 총장 징계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윤 총장 징계 재가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간 갈등이 이제는 문 대통령과 윤 총장간 대결 국면으로 전환된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5시부터 1시간10분가량 청와대에서 추 장관으로부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의결에 대해 보고와 제청을 받고 오후 6시30분 징계를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추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을 보면, 이번 징계 재가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그간 정국을 뒤흔들었던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을 교체할 테니 윤 총장도 이제 그만 징계를 수용하고 거취를 결단해 달라는 주문이라는 해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윤 총장 징계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론을 제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윤 총장이 징계 불복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총장은 징계위 의결 내용이 발표된 뒤 곧바로 변호사를 통해 "불법 부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총장 측은 이날 중 행정법원에 전자소송으로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소송전에 들어가게 되면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해 현재로서는 징계 재가를 계기로 이번 국면을 정리하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행정법원이 직무배제 조치에 이어 이번 징계에 대해서도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문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윤 총장이 다시 한번 직무에 복귀해 버티기에 돌입할 경우 뾰족한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여권은 일제히 이날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등 여론전에 나선 분위기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재가가 난 이제부터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싸워야 된다. 윤 총장이 대통령과 싸움을 계속 할 것이냐는 점에 대해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우회 촉구했다.

5선 중진의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법적 대응에 대해 "윤 총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하지 않고 대통령과 한판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면서 "(법적 대응은)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는 것이다. 참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좀 더 직접 결단을 주문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그간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 왔는데, 갑자기 임기가 있는 총장을 불러 거취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여권 내에선 내년 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계기로 윤 총장 주변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거나, 기소와 수사를 완전히 분리하는 등 재차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윤 총장의 거취 결단을 압박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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