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모아 300만원 기부한 70대 기초생활수급자

입력 2020.12.09 16:45수정 2020.12.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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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모아 300만원 기부한 70대 기초생활수급자
자신도 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울산 중구 병영1동의 한 어르신이 지난 8일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자신보다 더 힘든 이웃들에게 써달라며 센터직원에게 건넨 현금 300만원. /사진=울산시 중구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자신도 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보호받고 있음에도 지역의 더 힘든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잇따라 다시 성금을 보내온 노령의 참전유공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9일 울산시 중구에 따르면 추운 겨울 주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 사연의 주인공은 울산 중구 병영동에 거주하고 있는 77세의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다.

이 어르신은 지난 8일 오후 4시께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기초생활수급 담당 공무원에게 2개의 돈다발을 맡기고 돌아갔다.

어르신이 공무원에게 전달한 돈다발은 5만원권 40장(200만 원)과 1만원권 100장 등 전체 300만원 상당의 거금이었다.

이 어르신은 뒤늦게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참전 유공자로, 왼 손이 없는 장애인으로 밝혀졌다.

정부로부터 참전수당과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 등을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는 어르신이 내놓은 돈 뭉치는 지원금 가운데 일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르신은 “평소 국가의 혜택을 많이 보며 살아가고 있고, 항상 주위의 관심과 도움을 받아 이에 대한 고마움도 큰데, 연말을 맞아 나보다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라는 말은 직원에게 전했다.

또 "혼자살면서 이런 저런 지원을 받아 생활하다보니 돈을 쓸 일이 크게 없어서 조금씩 모았다”면서 “남들이 보기에 큰 돈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내 마음인 만큼 잘 전달해 달라”는 당부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주민센터측은 전했다.

어르신은 지난해 12월 처음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같은 방법으로 300만원의 현금을 건넸었고, 당시 이 돈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의료지원이 필요한 지역 내 독거노인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고학생 등 6세대에 지원돼 힘이 된 바 있다.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는 올해 전달받은 금액은 코로나19로 인터넷 강습이 보편화 되고 있는 가운데 노트북이 필요한 저소득 예비대학생 가정 6세대에 노트북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고수옥 병영1동장은 “코로나19로 다들 힘들다고 하는 시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급비를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어주신 그 마음에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주신 돈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 필요한 가정에 잘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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