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하던 40대, 4살 자녀와 아이 감싸안은 아내 둔기로..

입력 2020.12.04 07:11수정 2020.12.04 13:18
“엄마, 아빠 헤어지니까 미국 가서 동생이랑 살아”
부부싸움하던 40대, 4살 자녀와 아이 감싸안은 아내 둔기로..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항소심 재판부가 부부싸움 끝에 어린 자녀들과 말리는 아내까지 폭행한 40대를 감형해줬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성묵)는 아동학대, 특수폭행,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3)에게 원심 징역 8개월을 깨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강의 80시간 수강,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3년 명령도 떨어졌다.

A씨는 지난 2017년 3월 13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아내 B씨(35)와 말다툼을 하던 중 6살 아이에게 “엄마, 아빠 헤어지니까 미국 가서 동생이랑 살아”라고 말했다. 이에 아이가 싫다고 하면서 울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둔기로 엉덩이를 7회에 걸쳐 때렸다.

옆에서 웃고 있던 4살 동생마저 “상황 파악 못하냐”며 둔기로 엉덩이를 10회 때렸다. 이를 말리려 아이들을 감싸 안은 B씨 역시 둔기로 수차례 폭행했다.

이에 A씨는 주거 퇴거 및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 임시조치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같은 달 B씨를 찾아가 차에 태운 뒤 약 1시간30분 끌고 다니는 만행을 저질렀다.

1심 대전지법 형사4단독(이헌숙 판사)은 A씨가 재판에 불출석하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린 자녀들과 아내를 폭행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지만, 아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마저도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한 A씨 의견을 수용해 집행유예로 돌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지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반성하고 있고, B씨가 더 이상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해 원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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