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방향타의 비밀 '여전히 미궁'…급선회 원인 등 못밝혀

입력 2020.11.26 16:35수정 2020.11.26 17:37
세월호 침몰은 우현 방향 급선회로 시작
세월호 방향타의 비밀 '여전히 미궁'…급선회 원인 등 못밝혀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 2014.4.16 /뉴스1


세월호 방향타의 비밀 '여전히 미궁'…급선회 원인 등 못밝혀
26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 세월호 거치현장에서 박병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과장이 사참위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0.11.26 /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세월호 방향타의 비밀 '여전히 미궁'…급선회 원인 등 못밝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허성환 조사1과장이 26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거치된 세월호 조타실에서 타기 장치 조작 패널을 보여주고 있다. 2020.11.26 /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세월호 방향타의 비밀 '여전히 미궁'…급선회 원인 등 못밝혀
26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 세월호 거치현장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조타장치 고장에 따른 전타 선회 현상 검증' 중간 조사 결과 보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조타장치 모형으로 시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따라 방향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연하고 있다. 2020.11.26 /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목포=뉴스1) 박준배 기자,허단비 기자 = 세월호 방향타의 비밀은 이번에도 풀리지 않았다.

침몰 원인 중 하나인 급격한 우회전이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과 연관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중간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2대의 타기 장치 중 1대만 작동할 경우 급격한 우회전 가능성이 있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시점과 선원들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우현 전타나 긴급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6일 전남 목포 신항만에서 세월호의 전타 선회현상 등에 대한 모형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의 직접 원인 규명을 위해 급선회의 원인, 횡경사의 원인, 급속한 침수의 원인 등을 조사해왔다.

세월호 침몰은 우현 방향 급선회로 시작된 만큼 급선회가 발생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세월호 조타장치 모형을 제작해 실증 시험을 수행했다.

애초 세월호는 침몰 당시 러더(Rudeder·방향키·방향타)가 우현 최대 각도인 35도까지 돌아가 급선회하면서 선체가 왼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하지만 참사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에서 러더는 좌현 8도로 돌아가 있었다.

대법원은 우현 급선회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서도 세월호에 설치된 2대의 타기 장치 중 '인천행' 타기 장치의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돼 있음이 확인됐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전자석의 작용에 의해 밸브를 열고 닫는 장치다. 밸브가 열리거나 닫히면 유압을 통해 러더가 좌우로 움직인다.

러더가 우현 전타했다가 좌현 8도로 돌아와 멈춘 것은 솔레노이드 밸브가 작동 중 고장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선조위는 이 고착 원인을 조사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실증 시험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긴 채 활동을 종료했다.

사참위는 세월호 조타장치와 동일한 시험모형을 제작해 여러 시나리오를 적용하며 실제 러더의 움직임을 검증했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발생한 조건하에서 러더가 우현 전타되고 이후 좌현 8도로 돌아갈 수 있는 경우는 2가지다.

인천행 타기장치 1대만 사용한 경우와 인천행·제주행 타기장치 2대가 동시 작동된 경우다.

타기장치는 똑같은 구조로 2대가 있다. 1대로 쓸 때 문제가 생기면 다른 타기로 사용할 수 있는 예비 보완의 성격이다.

입항하거나 출항할 때 등 예민할 때는 타기 2대를 모두 사용하기도 한다.

첫 번째 조건인 인청행 타기 장치 1대만 사용할 경우는 조타수가 우현 5도로 조타하고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발생, 방향타 우현 전타, 세월호 우현 급선회, 인천행 타기 장치 정지, 제주행 작동, 조타수 좌현 8도 조타 순으로 진행됐다.

두 번째 조건인 인천행과 제주행 타기 장치 2대가 동시 작동된 경우는 조타수가 우현 전타로 조타하고 인천행 타기 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러더 우현 전타, 세월호 우현 급선회, 조타수 좌현 8도 조타 순이었다.

전원위원회 논의 결과 첫 번째 조건은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조건이 가능하려면 인천행 타기 장치를 정지시키고 제주행 타기장치를 작동시키는 선원들의 긴급행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선원들은 긴급행위를 부인하고 있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선원들은 우현전타 행위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재현 실험에서 정상 조타시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발생하는 경우 우현 전타 현상이 반복됐다는 점을 들었다.

재현 실험의 결과는 AIS 데이터, 블랙박스 녹화영상 등 확보된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다는 점도 한 이유다.

두 번째 조건은 조타수가 우현으로 전타 행위를 한 경우다. 이 때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과 같은 고장에 상관없이 우현 급선회와 이후 러더 좌현 8도 현상이 설명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도 선원들은 시종일관 참사 당시 우현 전타 행위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사참위는 이같은 의견을 종합해 인천행 타기 장치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시점'과 선원들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우현 전타 여부 및 긴급행위가 있었는지 를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세월호의 우현 급선회 원인뿐 아니라 급격한 좌현 횡경사의 원인, 급속한 침수의 원인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종합해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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