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몰골 아들과 셀카, SNS 올리고…아들인척 문자 보내기도"

입력 2020.11.13 16:25수정 2020.11.13 16:49
"살인자들은 (범행을) 즐기고 있었다"
"처참한 몰골 아들과 셀카, SNS 올리고…아들인척 문자 보내기도"
동갑내기 친구를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잠진도 한 선착장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구속된 A씨(22)와 B씨(21)/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생명이 꺼져가기 직전의 처참한 몰골의 아들과 셀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올리까지…인간이기를 포기한 살인자들에게 법정최고형을 내려주십시오."

동갑내기 친구를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인천 잠진도 한 선착장에 버린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2명의 재판에서 피해자의 아버지는 방청석에서 재판부에 이같이 호소했다.

13일 오후 2시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표극창)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22)와 B씨(21) 의 피해자 C씨의 아버지는 재판 전 발언권을 얻어 방청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을 이어갔다.

C씨의 아버지는 "(때릴 때 손이 미끄러진다는 이유로)알루미늄 봉에 청테이프를 감아 7시간에 걸쳐 때리고, 계속된 폭행으로 생명이 꺼져가기 직전의 처참한 몰골의 아들과 함께 셀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면서 "살인자들은 (범행을) 즐기고 있었다"고 몸서리쳤다.

이어 "아들이 숨진 지 이틀 후 선착장에서 트렁크 안 시신으로 발견되기 직전, 아들의 휴대폰으로 아들인 것처럼 속여 엄마에게 '잘 지내고 있다'는 문자도 보냈다"면서 "그날 저녁 경찰서에서 아들의 죽음을 알려왔다"고도 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면서 작곡한 곡을 들려주기도 하고 음악으로 성공해서 효도하겠다던 아들이다"면서 "23살, 앞으로 60년 이상은 더 살 수 있는 데 꿈을 채 펴보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인간이길 포기한 살인자들을 엄벌에 처하게 해 가족의 한을, 아들의 원통함을 조금이라도 풀어달라"면서 "억울하게 죽어간 아들과 유족은 살인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판은 당시 A씨와 B씨가 C씨를 폭행하고, 폭행 당한 C씨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전, 범행 장소에 방문했던 지인 2명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이날 법정에는 총 4명의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2명이 불출석해 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만 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은 법정에서 "SNS에 (폭행 당해 얼굴이 멍투성이인 피해자와 함께 찍어) 올라온 사진을 보고 화가 나서 A씨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냐?'고 말하고 사진을 캡처했다"고 했다.

또 다른 증인은 "(범행 현장에 있었는데) 당시 의식은 있었고, 셀수 없이 너무 많이 때려 정확히 몇 대를 때렸는 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서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가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했는데도 때렸는데, '그만 좀 하라'고 말하고는 폭행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서워서 (현장을) 나왔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나머지 2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을 위해 한 기일 재판을 속행해 진행하기로 했다.

A씨 등은 앞선 공판에서 "살인의 고의성과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A씨 등의 다음 재판은 12월4일 열릴 예정이다.

A씨 등은 올 7월29일 오후 2시 서울시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흡입하고 동갑내기 친구인 C씨를 주먹과 발로 심하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후 지인의 여행용 가방을 훔쳐 C씨의 시신을 넣은 뒤, 인천시 중구 잠진도 한 선착장에 버린 혐의다.

이들은 시신을 유기한 이틀 뒤인 7월31일 한 주민으로부터 "선착장에 수상한 가방이 버려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가방 속 시신을 확인한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수사에 나서자 8월2일 오후 8시30분께 거주지 인근의 서울 마포경찰서에 자진출석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험담하고 돈을 갚지 않아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