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으로 100kg 아들 머리 내리친 70대 노모, 범행 직후..

입력 2020.11.03 15:09수정 2020.11.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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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으로 100kg 아들 머리 내리친 70대 노모, 범행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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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술병으로 아들의 머리를 내리치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어머니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아들의 살해범으로 어머니를 지목한 수사기관의 판단에도 유죄를 선고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표극창)는 3일 오후 2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76·여)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들을 살해했다는 증거는 A씨의 자백과 A씨 딸의 진술 외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A씨의 자백과 A씨 딸의 진술도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허위 진술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 A씨의 살해 동기가 불확실하고, 수사기관과 법정검증에서의 진술이 여러차례 번복된 점, A씨의 진술과 현장 상황이 불일치한 점 등 그 진술에 진실성과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고도 했다. 이어 A씨 딸의 진술 또한 여러차례 번복되고 착오에 의한 진술도 많아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살해 방법, 살해 동기, 딸의 진술 내용 등으로 나눠 무죄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으며, 직접적인 증거는 피고인의 자백과 딸의 진술밖에 없다"면서 "자백과 진술의 내용도 합리적 의심이 없어야 하는데, 집안에서 발생한 사건이어서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허위 진술이 있을 수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해 방법과 관련해 피해자 부검결과 피해자는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상태는 아니었으며, 숨지기 전 여동생과 다툴 당시 대화 내용에 비춰 보더라도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주장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판단되는데,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건으로 76세 할머니가 102kg의 거구의 50세 성인 남성을 숨지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법정검증 당시 피고인의 진술과 재연 동작이 어설펐으며, 피해자가 생명이 위태롭게 됐음에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반항없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객관성,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딸은 피해자가 당시 술을 마시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어머니는 술을 마셨다는 진술은 사실과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112 신고 시각은 0시53분53초이고 2분간 경찰과 통화한 뒤 0시59분07초에 경찰관에 현장에 도착하는 데, 그 사이에 소주병 파편을 치우고 딸과도 통화했다"면서 "아들을 살해한 피고인이 짧은 시간동안 청소를 했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으며, 피고인의 주장대로 아들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쳤다면 당시 아들의 위치상 가슴 등 상반신에 소주병 파편으로 인한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왼쪽 다리에만 상처가 나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살해 동기와 관련해서도 피해자가 술을 마시면서 생활한 것은 10개월에서 1년 정도에 불과하고 사망 2개월 전에는 담배를 끊기도 했다"면서 "숨지기 전 딸과 다툴 당시에 다툰 이유도 피해자만의 잘못만으로 다툰 것도 아니고, 어머니 등 가족 구성원과도 크게 불화가 있었던 것도 아닌 상황에서 피해자의 행패가 피고인으로 하여금 살해할 정도의 욕구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된다"고도 했다. 이어 "딸 역시도 당시 상황을 논리적으로 진술하지 못하고 있고, '자기(오빠)가 죽고 싶어서 (당시) 가만히 있지 않았을까?'라는 엉뚱한 진술도 하고 있으며 착오 진술도 하고 있어 유죄의 증거로도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과 자백 등에 여러 진실성과 합리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에서 살해방법 등과 관련해 잇따라 의구심을 제기했다. 왜소한 70대 노모가 100kg이 넘는 거구의 성인 아들을 수건으로 목졸라 숨지게 하는 일이 가능한 지 여부에 의심을 품으면서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에도 (아들을 숨지게 했다는)A씨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해 2번의 기일을 추가로 지정해 심리했다.

A씨가 제3자(딸 혹은 사위 등 타인으로 의심될 수 있는)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다.

재판부는 '70대 고령의 작은 체구 노인이 100㎏ 넘는 거구의 아들을 과연 살해할 수 있을까?' '딸이나 사위 등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은 없는가?' '경찰이 범행 현장에 출동하는 5분 사이에 딸과 여러차례 통화하고 현장까지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가?' 등에 의구심을 갖고 A씨를 비롯해 A씨의 딸을 재차 심리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의구심에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은 없고 딸과 사위 등 제3자의 개입 의심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구형했다.

A씨는 지난 4월21일 0시57분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자택에서 술에 취한 아들 B씨(50)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리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직후 112에 직접 신고해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알코올에 의존해 행패를 부려 숨지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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