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유재규 기자 = 희대의 살인마 이춘재(57)가 2일 법정에서 "(내가)연쇄살인 사건 진범이 맞다"고 자백했다.
이춘재는 이날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연쇄살인 8차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해 14건(살인)에 대해서 털어놨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푸른색 수의에 짧은 머리,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이춘재는 증인석에 자리했고, 판사가 '오늘 어떠한 이유로 이 법정에 서게됐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무덤덤한 목소리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곧바로 증인신문 절차에 따라 "거짓말 시 위증의 벌을 받겠다"는 선서 후 착석했다.
증인신문은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이춘재는 박 변호사 질문에 따라 지난 26년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모범수가 되고, 작업반장·반장 역할을 맡게된 과정 등을 설명했다.
그는 복역 기간 외부 봉사활동을 나간 바 있고, 교도소에서 징벌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가족의 면회 또는 전화통화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했었으나 범행 자백 후 단 한차례도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자백 계기를 묻자 "경찰이 유전자 감식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조사를 했는데, 첫날은 진술하지 않았다"며 "그 다음에 형사인줄 알았던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 해달라고 해 자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찰은)연쇄살인사건 10건 중 9건(8차 제외)에 대해 증언하라고 했는데, 그걸 빼고 진술하면 진실이 될 수 없어서 범행 모두를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자백 당시 '왜 프로파일러의 손을 만졌냐"는 박 변호사 질문에 "손이 예뻐서 그랬다. 얼굴이나 몸매는 보지 않는다. 손이 예쁜여자가 좋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박 변호사가 '범행 대상도 손과 관련이 있나'고 묻자 "그런거와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한 연쇄살인 8차 사건 공판은 방청객 편의를 위해 주법정과 멀티법정(화면 중계) 두 곳으로 나눠 진행됐다. 담당 재판부는 앞서 언론의 이춘재 실물 촬영 요청에 대해 증인신분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과거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이에 윤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