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유흥업소 업주들로부터 단속정보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 박모씨(5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서 근무하던 박씨는 2007년 4월 동료경찰관들과 공모해 관내 유흥업소 업주들로부터 단속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면서 금품을 받기로 공모한 뒤 26회에 걸쳐 총 1억35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동료경찰관 4명은 징역 3년6개월에서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1명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5명의 사건은 모두 확정됐다. 수사과정에서 동료경찰관들은 "박씨와도 돈을 나눠가졌다"고 진술을 해 박씨도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을 박씨와 나눠가졌다고 한 동료경찰관들 A씨와 B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A씨는 수사과정에서는 박씨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다가, 이후 자신의 1심 재판 과정에서 "박씨와도 돈을 나눴다"고 증언했다. 그러다 다른 동료경찰관 재판과 박씨 재판에서는 "돈을 나눈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B씨도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뒤부터 박씨와 돈을 나눠가졌다는 취지로 진술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을 회유했을 가능성과, 두 사람이 형량을 낮추기 위해 이 같이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이 법정에서 '공소장변경을 하고 검찰이 구형을 적게 해 내 형량을 줄이기 위해 박씨 등을 끌어들인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A씨는 무죄 판결을 받은 다른 경찰관 사건에서도 '조사 과정에서 회유를 받았다. 공범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거의 매일같이 출정했다. 윗선을 대지 않으면 너희들은 못 빠져나온다. 매일 조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체포 이후 약 1년4개월 동안 90여 회에 걸쳐 수사기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는데, 어떤 내용으로 조사를 받았는지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A씨와 B씨가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뇌물 중 일부를 박씨에게 분배했다고 진술함으로써 자신의 형량 및 추징액을 줄이려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박씨와 뇌물을 나눠가졌다는 두 사람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박씨가 뇌물을 나눠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