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 측이 정 교수의 딸 조모씨의 표창장 등이 위조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표창장을 위조해 출력하는 것을 시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이날 오전 10시 정 교수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공판 과정에서는 검찰 측이 먼저 정 교수의 입시비리 관련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는 조씨의 서울대 의전원 자소서 제출 전날인 2013년 6월16일, 일명 '위조데이'에 동양대 표창장 4개를 조작했다"며 "핵심은 아들 조모씨의 동양대 상장 하단에 있는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글자와 직인 부분을 캡처해 딸 조씨의 상장 하단에 붙여넣기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씨의 동양대 표창장과 동양대 영재협력사업 보조연구원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가 모두 위조되었다며 동양대 표창장을 대상으로 직접 시연에 나섰다.
검찰은 당시 정 교수의 집에 설치되었던 프린터와 같은 모델이라며 직접 가져온 프린터기를 법정에 설치했다. 이후 동양대 양식이 들어가있는 빈 파일을 띄우고 총장 직인 파일을 붙여넣는 방식으로 동양대에서 받아온 상장용지로 출력했다.
그간 정 교수 측은 정 교수가 일명 '컴맹'인 데다 표창장을 조작하기 위해선 전문 이미지 프로그램을 써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 측은 이날 "(출력 완료까지) 30초도 걸리지 않는다"며 "전문 프로그램도 필요 없고, 정 교수가 익숙하다는 MS워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출력까지 된 검찰이 만든 표창장은 육안으로는 정식 표창장과 구별하기 어려웠다. 다만 검찰 측은 이렇게 만들어진 표창장은 조작되지 않은 표창장과 미세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며 일련번호의 위치나 직인의 모양 등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 교수 측에서는 검찰의 서증조사 과정에서 '위조데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소장에 기재한 범죄날을 특정하면서 굳이 새로운 단어를 작명하는 것은 검찰이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의를 받아들여 검찰 측에 '위조데이'라는 표현 대신 '위조한 날'이라고 표현하도록 했다. 검찰 측은 "검사의 입증 활동을 위해 이것도 막느냐"고 반발하면서도 재판부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24일 열린 공판기일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도중 퇴정한 정 교수는 이날 예정대로 출석해 자리를 지켰다. 상태가 어떻냐고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