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젤리(태명)을 허망하게 잃고 나서 약을 먹지 않으면 버티기 힘드네요..."
부산의 한 임신부가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신생아를 출산 4시간여 만에 잃은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지도 4개월여가 지났다.
그사이 아이 부모가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올린 국민청원 게시글은 9일 기준 19만5000여명의 동의를 얻으며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상태다.
아이 부모는 사고 이후 제대로 몸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9일 아이의 엄마인 김모씨(36)는 뉴스1에 "하루하루 지옥에서 사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아기 잃은 마음도 힘들고 그 당시를 떠올리면 끔찍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무리한 출산 후유증으로 배변 장애를 얻어 외출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정신병원에서 받은 약을 먹지 않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고 상황을 전했다.
출산 전부터 미리 준비해놓은 젤리(태명)의 침대며 아기 용품, 소독기 등도 집에 그대로 남겨둔 채 손을 대지 못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출산 당일 아이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회복실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이가 마지막을 맞이한 병원으로 달려갔다.
김씨는 "병원에 누워 있는 아이가 저를 너무 많이 닮아 있어서 한동안은 거울 보기가 너무 두려웠다"며 "당시 아기의 목에는 졸린 듯한 얇은 두 줄의 빨간 피멍자국이 있었고 얼굴은 많이 부어 있는 상태였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현째 병원 측의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인해 아이가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출산 전부터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제왕절개를 생각하고 있었고 병원에도 여러번 의사를 밝혔었다"며 "출산 예정일도 7월6일이었는데 병원에서 6월20일날 유도분만을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뭉침이나 진통이 없어서 제왕절개를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물어봤지만 유도분만을 해도 된다고 말을 했다"며 "병원에서 출산 전 초음파 검사 결과 아이 몸무게가 3.3㎏라고 했지만 실제로 태어난 아이는 4.5㎏이었다"고 주장했다.
출산 당일, 분만촉진제를 맞고 진통이 왔고 유도분만이 시작됐다. 김씨는 "5시간이 지나 탈진을 느껴 제왕절개를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사전에 설명이나 동의 없이 흡입기계를 넣고 배밀기를 시작했다"며 "숨이 안 쉬어지면서 진짜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아이 머리가 밖으로 나왔지만 몸 전체가 나오지 않으면서 여러차례 아이를 잡아 당기고 돌린 끝에 오후 1시3분쯤 출산했지만 아이가 전혀 울지 않았다"며 "숨만 붙어 있었고 자가 호흡이 안 됐던 거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이날 오후 5시20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시 김씨가 남편 A씨와 통화하던 중 아이는 심정지상태에 빠졌고 끝내 돌아오지 못 했다.
김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도 전반적으로 의료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병원 측으로부터는 사고 이후 진정한 사과는 커녕 연락조차 없었다"며 "병원에서 내놓은 입장문도 지인을 통해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을 내고 의료과실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병원 측은 "산모의 제왕절개 요구가 전혀 없었다. 아기 출산과 대학병원 이송도 절차대로 했다"며 "견갑난산이라는 1% 미만의 난산 과정에서 신속한 분만을 했고, 신생아 응급처치 후 대학병원에 즉시 이송했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19만59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오는 15일 청원 마감 전 20만명의 동의를 얻을 경우 정부는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경찰은 외부 의료 전문가에게 부검감정서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해당 병원의 의료 과실 등을 따져 보고 처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