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정부가 대출제한 등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지만,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만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큰 고리로 주택 구매 대출을 옥죄었으나, 오히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피해만 돌아갔을 뿐 현금 부자들의 주택 구매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60만건의 주택자금 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이후 서울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산 5만9591명 중 8877명(15%)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도움이나 증여 없이 집을 샀다"고 밝혔다.
연도별로 '내 돈 주고 내가 산다'(내돈내산)는 유형의 주택구매자들은 2018년 2496명에서 2019년 3276명, 2020년 8월 기준으로는 3105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내돈내산' 사례 중 가장 비싼 가격에 집을 산 사람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사면서 161억 2731만원 전액을 금융기관 예금으로 조달했다.
강남구 삼성동 130억원, 종로구 숭인동 116억200만원, 용산구 한남동 110억원, 성북구 성북동 96억6800만원 등이 '내돈내산' 고가 주택 순위의 뒤를 이었다.
공동주택 단지별로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이 총 41명이 평균 33억7317만원의 주택을 대출, 증여, 주식, 채권, 부동산처분 없이 보유 현금성 자산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타워팰리스(평균 19억1600만원, 14명), 송파구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8억4600만원, 14명), 강남구 옥산하우스(12억1300만원, 12명), 송파구 리센츠(13억700만원, 10명), 강남구 디에이치 자이 개포(11억5200만원, 1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248명), 서초구(184명), 송파구(105명) 등 강남 3구와 용산구(123명)에서 주택을 구매한 산 사람들이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주택구매자가 4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주택구매자가 293명, 40대 주택구매자가 216명, 30대 주택구매자가 87명, 20대 주택구매자는 27명 순이었다.
'내돈내산' 주택구매자 중 가장 어린 구매자는 2000년생 A씨였다.
소 의원은 "조사 결과, 이들처럼 주식이나 채권, 상속, 증여, 부동산 처분대금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자신이 보유하던 예금과 현금 등 현금성 자산만으로 주택을 산 이들이 1055명에 달했다"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의 서울에서 '내집마련'은 어려워졌지만, 소수의 현금 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가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청년·무주택자들이 대출 규제에 막혀 절망하지 않도록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