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후 석달…서울시 가장 아찔했던 위기 상황은?

입력 2020.10.03 09:03수정 2020.10.03 15:38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 확진자 급격 확산때..
'박원순 사망' 후 석달…서울시 가장 아찔했던 위기 상황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1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에 앞서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0.9.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지난 7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혼란에 빠졌던 서울시가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2개월 반이 지난 지금 당초 우려했던 '9년 시장'의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혼란스런 모습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박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들은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8월 중순 전후로 급격히 확산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도 28일 기준 20명대 이하로 떨어지고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서울시의 이런 모습들 뒤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총대를 맨 서정협 권한대행과 그를 뒷받침하는 '늘공'(공무원)들이 있었다. 올 3월부터 정식으로 서울시 행정부시장 직함을 단 서 부시장은 박 시장이 고인이 되자마자 권한대행을 맡았다.

권한대행으로서 첫 마디는 "비통한 심정"이었지만 맺음말은 "서울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 권한대행은 이후 굵직한 브리핑 외에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로 한발 물러서 조직의 안정을 되찾는 일에 매진해 왔다.

서 권한대행은 박 시장 사망 이후 회의 체계를 개선해 매일 오전 3명의 부시장단과 1급 간부들, 주요 실국장 등 15명 내외에 모이는 시정 주요이슈 논의체계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우영 정무부시장은 "처음부터 권한대행이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비서진들이 없는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간부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위기관리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며 "권한대행 스타일도 의사결정을 미리 내려놓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묻고 토론을 즐기는 타입이더라. 박 시장에게 오랫동안 훈련된 서울시 간부들이 전반적으로 예방적 위기관리에 대한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고위직 공무원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간부들 스스로가 권한대행을 도와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정무직인 서울시장은 바뀌어도 늘공들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간에 박 시장의 공백을 느끼게 할 위기도 있었다.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복절 집회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잠잠하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8월 13일 32명을 시작으로 15일 146명, 18일 151명을 거쳐 26일 154명까지 껑충 뛰어 올랐다. 연일 확진자가 100명을 넘는 아찔한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는 감염병 전문가를 자처했던 박 시장이 있었으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정부보다 기민하게 대응했다. 광복절인 8월15일부터 30일까지 2주 동안 시내 전체 종교시설에 대해 집합제한 명령을 내린데 이어 같은기간 유흥시설·노래연습장·PC방 등 고위험시설에 집합제한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방문자와 광화문 일대 집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명령을 내렸다. 21일부터는 10인 이상 모든 집회마저 금지시키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풍선효과가 발생했던 한강공원을 통제하고 음식배달마저 자제시키는 등의 서울시의 노력이 확진자 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김 정무부시장은 "내부회의를 통해 사랑제일교회발 대응과 집회에 대해선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적인 면에서 시장의 강한 리더십이 있어야 돌파가 가능한 정책들은 권한대행이 추진하는 데 있어 애로사항 있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이처럼 조직 내 혼란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 권한대행은 지병인 목디스크 악화로 지난 16일부터 2주간 병가를 낸 후 추석 연휴뒤 복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로 주말까지 반납하고 매일 출근하는 등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전했다. '권한대행의 대행'은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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