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0만원 들고 재입북 시도 탈북민, 포기한 이유

입력 2020.09.28 08:00수정 2020.09.28 09:15
"사회적 지위, 지식 정도, 나이를 고려하면.."
8700만원 들고 재입북 시도 탈북민, 포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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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수년간 탈북민의 인적 사항을 북한 보위부원에게 넘기고, 재입북을 시도한 탈북민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위반(잠입·탈출) 등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씨는 약 10년 전 북한의 한 협동농장에서 일하던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탈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씨는 하나원을 거쳐, 국내의 한 공단에서 근무하게 됐다.

한씨는 2013년 7월부터 북한 안전보위부 소속 보위부원 A씨에게 "가족이 무사하려면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고 수년 간 탈북민에 대한 인적사항,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적어 넘긴 혐의를 받는다.

이와함께 한씨는 2014년부터 송금브로커 B씨를 통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는 2018년 3월 A씨의 부탁을 받고, B씨의 검거를 도와준 혐의도 있다.

이후 한씨는 다시 북한으로 탈출할 것을 결의했고, 같은 달 13일~23일 117회에 걸쳐 A씨와 탈북 날짜, 방법에 관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한씨는 대부업체 4곳에서 대출을 받았고 생활비, 비행기 티켓 명목으로 총 8700만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한 호텔에서 A씨와의 접선을 기다리던 한씨는 "3000만원으로는 트럭을 구입해 북한에서 생업에 이용하고, 나머지 5000여만원은 북한 국가 안전보위성에 상납하고 싶다"고 A씨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A씨는 "8000만원을 보내달라"며 한씨의 제안을 저절했다.

이에 한씨는 북한에 들어가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고, 국내로 입국했다.


송 부장판사는 한씨가 만일 재입북을 하게 될 경우 북한에서 조사를 받고 Δ국가정보원에서의 탈북민 조사방법과 신문사항 Δ하나원 교육과정과 위치 Δ탈북민의 신원사항 및 관련 공무원의 신원사항 등에 대해 진술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송 부장판사는 "한씨의 사회적 지위, 지식 정도, 나이를 고려하면, 한씨는 자신이 제공한 정보들이 북한이탈주민과 가족들을 상대로 한 재입북 회유 및 협박, 테러, 대남선전, 북한 공작원의 대남침투에 사용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씨의 행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 즉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씨의 탈출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한씨에게 범죄전력이 없는 점, 가족을 빌미로 한 회유에 어쩔 수 없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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