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말로 다 못해요. 내 잘못인 것 같아 시장 상인들에게 미안하기만 하고…."
광주 말바우시장 '창평밥'집 주인 정윤덕씨(69)는 말을 잇지 못했다. 깊은 주름이 잡힌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추석 연휴를 앞둔 27일, 말바우시장 창평밥집이 문을 열었다. 지난달 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만이다.
굳은살 박힌 손으로 연신 마른 눈물을 훔치던 정씨는 "한 달만에 처음 가게 문을 열었는데 마음이 불편하다"며 "자꾸만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가다 손가락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평집 관련 첫 환자는 단골손님이다. 북구 오치동에 사는 60대 여성으로 지난달 22일쯤 일행 4명과 함께 와 술을 마셨다고 한다.
정씨는 "그 여성이 목이 너무 아파 이비인후과 다닌다며 밥맛이 없고 으슬으슬 춥다고 해 '아프면 병원 가라'고 하고 열무에 밥을 비벼 줬다"며 "그 후로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달 30일.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이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으면서 확산을 키운 것이다. 함께 식사했던 4명과, 정씨도 양성이 나왔고 이후 N차 감염이 이어졌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주위에 전화해서 얘기라도 해줬으면 우리도 자가격리하고 확산이 덜 됐을 것 아니에요. 왜 거짓말을 하고 얘기도 안해줬는지, 그게 제일 아쉬워요."
정씨는 아무런 증상 없는 무증상 환자로 9월6일 입원해 16일 퇴원했다. 퇴원하고 나서도 한동안 밖에 나오지를 못했다.
그 사이 말바우시장은 N차 감염이 이어지면서 이틀간 폐쇄됐다. 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 등 3000여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시장에서 확진자 소식이 크게 부각되면서 일주일 넘게 손님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상인들과 지자체의 노력은 다행히 10여일 만에 확진세는 차단했지만 정씨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다.
"병원에서 퇴원하고도 남 보기 부끄러워 집 밖으로 2주 동안 나오지를 못했어요. 나 한 명 때문에 시장 상인들이 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 같아서요. 상인들 중에 나로 인해 코로나 걸린 사람은 없지만 죄책감이 너무 큽니다."
힘들어하는 정씨를 일으켜 세운 건 주변 상인들이었다.
정씨는 "주변에서 '얼른 낫고 돌아오라'거나 '고생 많다'고 격려해줘 다시 나올 수 있었다"며 "창평집이라는 식당 이름도 바꾸려고 했지만 바꾸지 말고 그대로 하라는 분들이 많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지 걸릴 수 있다'는 위로가 큰 힘이 됐다"며 "말바우시장이 코로나19를 극복한 만큼 예전처럼 활기 넘치는 시장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