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청와대가 26일 북한에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한 것은 대북 접촉을 이어가면서 우리 내부의 여론도 관리하겠다는 두 가지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어 북한에게 추가 조사를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청와대가 밝힌 이유는 "북측에서 온(25일)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과와 우리 측 첩보 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계속 조사해 사실 관계를 규명해나가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필요시 남북 공동조사까지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서해에서의 감시 및 경계 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시급히 취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보는 시각에 따라 북한과 함께 관련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청와대는 북한이 서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으로 넘어가 발견된 우리 측 공무원 A씨를 사살한 것을 사과하고,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미안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온 것에 일면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번 사건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면에 대해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친서를 교환하는 등 남북 간 '유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따라서 북한 나름대로의 경위 파악과 재발방지책 마련, 사과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국면을 계기로 한 대북 접촉을 이어간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밝힌 사건 경위에 여전히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거짓 사과', 대남 통일전선전략'이라며 정부와 청와대의 스탠스를 비판하고, 정부가 A씨를 월북자로 규정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관리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우리 측의 추가 조사나 공동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과거 천안함 사건, 박왕자씨 피격 사건 등에 있어서 자세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기피해 왔다. 남측은 물론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에도 북한은 이들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 경위를 상세히 밝히지 않아 왔다.
이는 체제의 특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자칫 자신들의 과오가 필요 이상으로 밝혀질 경우 '최고존엄'의 입지에도 손상이 갈 수 있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은 이미 최고지도자의 공개적인 사과를 낸 상태다. 여기에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 북한이 거부감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우리 측과의 공동조사는 가뜩이나 이번 사건이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공포심으로 기인한 측면이 있는 만큼 더욱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추가 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측에 추가적인 정보를 공유해 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북한 역시 남북 두 정상의 유화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대외 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선 이후 남북,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이제 내달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기점으로 대외 행보를 고려해야 할 타이밍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사건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선에서 나름의 대응, 호응을 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책 마련 의사를 밝혔던 만큼 이와 관련한 비대면 논의는 양측간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