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설문동 정신요양시설 ‘박애원’이 근본적으로 감염 확산에 취약한 환경으로 확인돼 현재 격리 중인 입소자들의 추가 확진이 우려되고 있다.
24일 고양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박애원 종사자 1명이 인천(계양구 124번)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23일까지 3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첫날인 15일 최초 인천 확진자와 또 다른 시설 종사자, 사회복무요원 1명으로 시작된 감염사태가 이후부터는 입소자들에게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16일 5명, 17일 2명, 18일 8명, 19일5명, 21일 5명, 23일 10명 등 거의 매일 코호트 격리 중인 입소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보통 초기 확진자 발생 이후 점차 확산세가 누그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박애원의 경우 잠복기 종료가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애원은 크게 ‘누리관’과 ‘다솜관’, ‘나래관’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중 ‘누리관’의 3층 남성 생활관에서 입소자 56명 중 34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특정공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반면 59명이 입소해 있는 2층 여성 생활관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었다. 입소자 중 여성 확진자는 16일 양성 판정을 받은 다솜관 1층 여성생활관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유일하다.
감염경로에 대해 역학조사관들은 “최초 확진자인 50대 종사자로부터 감염된 또 다른 종사자가 3층 남성 입소자들을 접촉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입소자들 사이에서 집단으로 감염된 원인에 대해 입소자들의 특성과 시설 환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누리관 3층 남성 생활관은 10개의 방에 56명이 생활하다 보니 한 방에 5명에서 많게는 7명이 공동 생활하는 구조다. 이처럼 밀접·밀집·밀폐 환경 속에 화장실 등을 함께 사용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쉽다는 것.
여기에 입사자 대부분이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 보니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초적인 방역지시를 따르게 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들 입소자들은 요양원과 같이 행동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생활관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점도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과거 박애원에서 종사했던 A씨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입소자도 있어 입소자들과 신체적 접촉이 일상사다. 일부 입소자들은 돌발적인 행동을 제지하는데 진땀을 빼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종사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더라도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현재 확진자를 제외한 나머지 3층 남성 생활관의 입소자 22명을 박애원 내 체육관과 강당에 분산 배치하고 생활관은 비워놓은 상태다. 누리관과 다솜관 종사자 13명도 ‘부분 코호트 격리’ 중이다.
고양시는 현재까지 종사자와 입소자 전원에 대해 15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전수검사를 진행했으며, 18·19·21·22일 4차례 부분 검사를 진행했다. 24일에도 입소자 등 48명을 대상으로 부분 검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박애원은 생확관 건물 3개와 사무국 건물 1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감염사태 직전 44명의 종사자와 사회복무요원 10명이 입소자 229명을 관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