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탄 사과".. 추석 앞두고 화재 난 청과시장

입력 2020.09.23 14:45수정 2020.09.23 16:53
"도통 장사가 안 돼서 추석 연휴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까맣게 탄 사과".. 추석 앞두고 화재 난 청과시장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큰 불이난 다음날인 22일 화재가 발생한 과일상가에서 관계자들이 불길을 피한 과일을 옮기고 있다. 2020.9.2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마지막 희망도 잃어버린 것 같네요…."

추석을 앞두고 이틀 전 화재 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23일 만난 상인 A씨는 "도통 장사가 안 돼서 추석 연휴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무너진 지붕, 불에 탄 박스들, 땅바닥을 나뒹구는 과일. 건물 곳곳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도 가득했다. 상인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이곳 상황을 대변하는듯했다.

시장 상인들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이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건 추석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들은 "올해는 끝까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시장 골목에서 만난 김모씨는 "사과든 뭐든 있는 대로 다 타버렸다"며 "다음주부터 추석 명절이 시작돼 딱 이번 주가 제일 몰릴 때였는데 이게 무슨 낭패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상태 괜찮은 물건을 고른다고 골랐는데 불난 시장에 누가 오기나 하겠냐"며 말끝을 흐렸다.

피해가 심하지 않다는 상인 이모씨는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지만, 시장이 지금 아수라장이 됐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명절에도 못 팔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불까지 나서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불이 나고 정치인들이 왔다 갔다. 그냥 불이 났다고 하니까 한번 와 본 건지 무슨 해결책이라도 내줄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누가 마다하겠냐마는 코로나19 때문에 여기저기 지원할 곳도 많은데 여기까지 생각해주겠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시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청량리역 앞 광장에서 만난 정순자씨(59·가명)는 "명절을 앞두고 한창 장사가 잘 될 시점인데 사고가 났으니 어쩌면 좋냐"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시장 쪽을 바라봤다.


한편 지난 21일 새벽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점포 20곳이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인력 200명과 소방차 49대를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고, 불은 7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이 불은 시장 내 통닭집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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