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경기 평택에서 차량을 몰고 편의점에 돌진한 30대 여성이 결국 특수상해,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됐다.
작은 소란에서 시작된 갈등이 결국 전국민이 황당해 하고 분노할 만한 사건이 된 셈인데, '분노조절장애' 를 겪은 바 있는 이들과 관련한 범행이 이어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장기적 관심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여성은 "편의점 본사가 주최하는 그림대회에 딸의 그림을 접수해달라고 했지만, 편의점 점주가 고의로 그림을 접수하지 않아 언쟁을 벌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그림은 이미 택배를 통해 이송됐고 이 과정에서 분실됐는데, 오해가 쌓였다 폭발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분노 범죄'는 최근 연이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광주에서는 갑작스런 분노에 10대를 폭행한 30대가 경찰에 입건됐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편의점 업주 B씨(39)는 지난 13일 오후 6시55분쯤 광주 서구 쌍촌동 한 편의점에서 고등학생 C군(16)의 멱살을 잡아 흔든 혐의(폭행)를 받고 있다.
B씨는 C군이 스포츠토토 복권 구매자를 위해 설치해놓은 경기 검색용 컴퓨터를 사용한 데 격분해 폭력을 행사했다. 둘은 전에 일면식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간적인 분노가 강력범죄까지 이어진 '한강토막살인'의 장대호(39),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살인 사건의 안인득(43), 강서 PC방 살인사건 김성수(31) 사건 등도 있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와 관련된 별도의 범죄 통계는 없다. 원한관계나 금전 등 이해관계도 없기 때문에 '기타'나 '미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이번 평택 사례처럼 '분노조절장애' 판단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 전력이 있거나 치료 중인 게 아니면 실제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라고 부른다. 단순히 예민한 성격을 넘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말하는데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분노조절장애'라는 질병은 없다. 다만 '성격장애'에서 주로 보이는 증상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필요로 한다.
분노로 인한 범죄는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찰력이나 행정력을 동원해 사전 차단은 어렵다. 수도권의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사건 격인 지난 2007년 '판사 석궁테러 사건'을 예로 들면서 "남녀노소,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어디서든 터질 수 있는 게 분노 범죄"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이런 돌발행동이 늘 수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이 여파로 오는 경제적 타격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영업자와 직장인, 노인과 아동, 청소년 등 취약계층 등을 가리지 않고 분노가 쌓여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런 크고작은 '분노범죄'가 이어질 수 있다고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