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경찰이 을왕리 '치킨배달 가장 사망사고' 발생 70분 뒤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로 인해 경찰은 현행범 체포 시기를 놓쳐 가해 운전자에 대한 신병 확보를 못한 상태에서 사고 발생 닷새만에 운전자를 구속하게 됐다.
17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0시53분께 인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편도 2차로에서 발생한 '치킨배달 가장 사망사고' 현장에 3분 뒤인 0시58분 용유파출소 직원들이 처음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사고 처리를 위해 중부경찰서 교통조사계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발생 70분 뒤다.
관할서인 중부경찰서에서 사고 현장까지의 거리는 40㎞가량이다.
경찰은 현장 도착 시간과 관련해 거리상 40여분이 소요되는 지점에서 사고 발생이 된 데다, 당일 비가 내리는 등 기상 문제를 지연 사유로 설명했다.
경찰은 이후 뒤늦게 가해 운전자를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그러나 뒤늦은 현장 도착에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 기준을 놓친 뒤였다.
형사소송법 제211조에 따르면 범죄 실행 중이거나 실행의 즉후인 자를 현행범으로 간주해 체포할 수 있다.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간 외에도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 등이 있다.
시간은 통상적으로 30분 이내의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해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경찰은 결국 신병을 미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절차인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가해 운전자는 불구속 입건 상태에서 사고 발생 닷새만인 14일 구속됐다.
음주 교통사망사고를 일으켜 사안이 중대해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로 이 기간 증거인멸이나 도주 등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가해 운전자가 구속되기까지 여러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
가해 운전자는 체포 직후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이틀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동승자는 회사 법인 차량인 사고 차량을 사고 다음날 매물로 내놓려다 들통나 도마에 올랐다. 또 사고 다음날 '음주방조' 혐의를 면하고자 제3자를 통해 가해 운전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달라'는 '회유'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지점이 경찰서와 40분가량 소요되는 데다, 당시 날씨가 좋지 않아 현장 도착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면서 "뒤늦게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나 검찰이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반려해 현행범 체포가 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음주사망사고라도 무조건 구속 수사는 아니라는 게 입장"이라면서 "신병처리나 범죄사실 입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도 전했다.
가해 운전자 A씨(33·여)는 지난 9일 0시53분께 인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편도 2차로에서 만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넘었고, 반대편에서 달리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치어 운전자 B씨(54·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날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일행과 술을 마시다가 처음 만난 C씨(47·남) 회사 법인 차량인 벤츠를 몰고 1㎞가량을 운행하던 중 중앙선을 넘었고, 반대편 차선에서 달리던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당한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B씨는 인근에서 치킨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이날 직접 치킨 배달을 하러 오토바이를 몰고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음주 사망사고를 낸 A씨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입건했다.
이후 A씨에게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A씨는 사고 발생 닷새만에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