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최대 1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속 등장해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중개업소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급매물은 이달 7일 기준 3684건으로, 8월 말(31일, 3463건)과 비교해 1주일 새 221건(6.4%)이 늘었다. 이는 온라인상에 등록된 급매물 중 중복된 매물을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다.
해당 기간 서울은 전국에서 급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 1위에 올랐다. 2위는 경기도로 1주일간 160건(7614건→7774건)이 늘었고, 경남(98건 증가, 2076건→2174건), 부산(65건 증가, 6842건→690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급매물 건수가 등락을 거듭하다 이달 초 증가세로 전환한 뒤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달부터 부동산 관계 법령 통과로 6·17, 7·10 대책 등의 규제 영향이 본격화됐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자 매물을 거둬들이고 버티던 집주인들이 하나둘 값을 낮춰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급감했던 서울 지역 아파트 전체 매물 건수도 이달 증가세로 전환해 8월 말(4만1129건) 대비 2.1% 늘어난 4만1997건이다.
자치구별 급매물 현황을 보면 서초구가 지난달 말 365건에서 현재 410건으로 1주일간 45건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Δ송파구(42건 증가, 197건→239건) Δ마포구(35건 증가, 96건→131건) Δ양천구(28건 증가, 119건→147건) 등 고가 아파트가 포진한 인기 지역이 급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앞서 전문가들은 고가 아파트 지역이 정부 규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의 세금을 대폭 인상해 보유 부담감이 커졌고, 15억원 초과는 주택대출을 아예 금지하는 등 투기를 원천 봉쇄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현재 규제와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불안감으로 매수세가 위축해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별 단지 중에서는 마포구 대장주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8월 말엔 급매물이 11건 정도였는데 이달 현재 31건으로 20건가량 증가했다. 송파구 가락동 대단지인 '헬리오시티'도 34건에서 49건으로 급매물이 15건 늘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13건 증가),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12건 증가),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9건 증가), 상일동 '고덕아르테온'(8건 증가) 등도 급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2단지 전용면적 84㎡ 주택형은 지난달 18억원 이상까지 호가했으나, 최근 들어 1억원 이상 값을 내린 16억7000만원에도 급매물이 나온다. 호가 20억원을 훌쩍 넘었던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도 1억원 이상 낮은 19억원에 급매물이 발견된다. DMC파크뷰자이 전용 84㎡도 13억원 이상 호가했으나, 현재 11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법인 세금을 내년부터 대폭 강화하면서 이들 급매물도 연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규제에 더해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수심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급매물이 소진되지 않고 적체될 경우 집값 하방압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KB부동산 조사에서 7·10 부동산대책 직전 154.4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이후 8주 연속 둔화해 101.5까지 떨어져 기준선(100)이 임박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실물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코로나에 따른 거시경제 불안과 가파르게 오른 집값 부담감, 정부 규제가 맞물려 다주택자와 법인 급매물이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