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 오일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가 강도질을 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A씨(28)는 살인에 대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A씨는 지난 8월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민속오일시장 후문 밭에서 피해자 B씨(39·여)를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이 필요해 강도질을 위해 오일시장 일대를 배회하며 대상을 물색하던 중 우연히 홀로 걷던 피해자를 발견해 접근했다고 진술했다.
당초 범행의 목적 자체가 살인이 아니었으며 강도 중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금품만 요구했다고 했는데 피해자가 흉기를 든 피의자에게 격렬히 저항하며 몸싸움을 벌인 점 등은 의문점으로 남는다. 또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방법이 잔혹했다는 점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피의자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흉기까지 휘둘러 빼앗은 물품은 휴대폰과 신용카드, 현금 1만원에 불과했다. 지난 8월31일 긴급체포 당시 피의자의 차량에서는 휴대폰케이스와 신용카드 등이 발견됐으나 휴대폰은 없었다.
피해자 몸에서는 수차례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으며 1차 부검결과 사인은 흉부 자상에 의한 사망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CCTV에 찍힌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의 몸싸움, 피의자의 범행 전 동선 등 정황을 파악하고 범행 시간과 시신 발견 현장 등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져 계획적 범행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보면 피의자가 훔친 건 현금 1만원 등이지만 범행 당시 이를 예상할 순 없었을 것”이라며 “현재 시신에 대한 정밀감정을 의뢰했으며 피해자 신용카드 사용 여부를 조회하고 있다. 강도살인 혐의가 살인 혐의보다 형량은 더 셀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자신을 피해자의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의자의 계획 살인을 주장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저의 딸(피해자)은 편의점에서 주말도 쉬지 않고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에서 편의점까지는 걸어서 약 1시간30분이 걸리는 거리”라며 “사건 후 알게 됐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교통비가 많이 들어 그 비용이라도 반으로 줄여 저축하기 위해 눈이나 비가 안 올 때는 걸어서 퇴근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는 1톤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그런 끔찍한 일을 할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요즘 막노동만 해도 하루 일당으로 일주일은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교통비를 아끼며 출퇴근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흉기로 살인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계획 살인을 주장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와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한 제주 20대 남성의 신상공개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는 해당 청원글에는 7일 오후 2시20분 기준 6만8149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피의자 진술에 따르면 (피의자는)‘생활고 때문에’ 귀가하던 일면식도 없는 30대 여성을 뒤쫓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며 이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는 “피의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지갑 안의 신용카드, 현금 1만원을 갖고 달아났다”며 “피해자가 1만을 줄 수 없어 칼을 들고 있던 남성에게 저항했다(는 점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생활비 때문이라는 건 감형을 위한 핑계”라며 “피의자는 자신의 탑차를 몰고 제주시내 일대를 돌아다니며 범행을 물색했다. 내가, 내 가족이, 내 주변 사람이 충분히 피해자가 될 수 있었기 피의자의 신상공개와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