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붙은 김종인, 안철수 '모시기' 대신 '들어와라'

입력 2020.09.04 12:31수정 2020.09.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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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붙은 김종인, 안철수 '모시기' 대신 '들어와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자신감 붙은 김종인, 안철수 '모시기' 대신 '들어와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자신감 붙은 김종인, 안철수 '모시기' 대신 '들어와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자신감 붙은 김종인, 안철수 '모시기' 대신 '들어와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취임 100일을 맞은 김종인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론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흡수"라는 표현을 쓰면서, 동등한 관계에서의 '연대'나 '모셔오기' 대신 '국민의힘으로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차기 대권주자와 관련해 "당 밖에서 꿈틀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며 '당 밖 주자'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언급하기도 하는 등 '대권주자 외부 수혈론'에 힘을 실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김 위원장이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다른 당내 잠룡들이 성장을 못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지난 3일 취임 100일에 맞춰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방향이 바뀌었다.

그는 먼저 '100일 동안 가장 잘한 일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제일 잘한 걸 우리가 콕 집어내서 말씀드리기는 힘들다"면서도 "당이 비교적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진보의 전유물로 통용되던 기본소득을 언급했고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세웠다. 광주를 방문해 무릎을 꿇는 등 '호남 끌어안기'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새 정강·정책에는 중도의 색을 입히면서 숨가쁘게 '과거 극우색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당 지지율이 3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다.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일부 이견도 있지만, 대체로는 개혁 취지에 공감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자평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와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도 흡수되는 여건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영역이 확대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흡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을 바라보는 잠룡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만큼 강점이 있는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의 연대나 '안 대표 모셔오기'가 계속해서 언급되는 데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왜 안철수씨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많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외부인사에 대해 당이 얼마큼 관심을 갖느냐는 완전히 별개의 사항"이라며 "당 내부를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로 변경해서 밖에 계신 분들이 우리 당에 관심을 가지면, 우리 당에 흡수돼서 대통령 후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으로 들어가서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이 있으면 우리 당에 협조해서 입당을 하든지"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안 대표의 존재를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일부 있다. '선거 4연패' 탈피가 절실한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서울시장·대통령 선거 후보군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여기에는 국민의힘이 합리적 중도의 노선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전제조건으로 '아스팔트 극우'와의 결별, 비호감 이미지 청산 등을 제시해왔는데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 작업을 마치면서 이를 어느 정도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정당 간 관계가 합리적 중도·정부 비판적 노선을 함께 걷는 경쟁 관계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이 안 대표에 대해 보다 여유 있는 태도를 취해도 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지율도 어느 정도 올라가고, 초선의원들고 그렇고 역량을 발휘하는 의원들이 조금씩 보이고 하니 자생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100일이 되고 당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도 당 사람들을 겪으며 인물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 역시 야권 연대에 대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3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 연대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정책 연대를 통해 원내에서 우리가 바라는 정책 방향을 이뤄나가는 쪽에만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당명도 바꾸고, 야권의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시작이라고 본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선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잘 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말씀은 '결혼을 하고 싶으면 하든지 말든지' 정도가 아닌가 한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국민의힘을 혁신하겠다고 들어온 비대위원장이라 그 부분에서 본인의 완결성을 갖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완결성을 가지려는 가운데 계속해서 '안철수 안철수' 하니까 그 부분에서 조금 시니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안 대표에 대해서는 "그런 것 (선거) 자체를 생각을 안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지금은 혁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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