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원태성 기자,이밝음 기자 =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의 협상타결로 의료계 집단파업 중단 소식이 나온 4일 오전, 보름간의 집단휴진으로 불편을 겪어온 시민들은 의사들의 업무복귀를 기대하며 안도감을 내비쳤다.
반면 현장 전공의들은 업무복귀 공지를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피켓시위를 이어나가며 다소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의 협상을 극적 타결했다.
양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논의를 중단하고,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이모씨(49)는 의료계와 정부여당의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 4일째 입원 중이라는 이씨는 "전공의 선생님이 없어 드레싱을 교수님이 혼자 하려니 오래 기다려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다"며 "파업을 하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환자 입장에선 좋게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파업 영향으로 예정됐던 수술이 일주일 미뤄졌다는 김모씨(49)도 "사실 수술이 무기한 미뤄졌다가 갑자기 다시 잡힌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여파를 주면서까지 파업을 한 것은 어리석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의료계 파업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한산했지만, 환자들은 그동안 누적된 진료공백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산부인과 정기진료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임신부 A씨 역시 "의료진이 이제는 업무에 복귀하는 거냐"며 반색했다.
A씨는 파업 영향으로 지난주 예정이었던 진료가 밀려 이날 받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를 보니 수술을 못 받아서 죽은 사람도 있었다"라며 "응급환자나 수술받는 사람들한테는 의사가 절실한데 파업이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들의 기대와 다르게, 파업에 참여 중인 전임의·전공의들은 "아직 공식발표가 난 것은 아니라"며 집단행동을 이어갔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전공의·전임의들이 교대로 피켓시위를 하며 입장을 담은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은 의협과 여당이 합의문 서명을 마치자, 오전 10시10분을 전후로 피켓시위를 중단했다.
한 전공의는 "환자들에게 혼란 줄 수 있으니 일단 피켓시위만 중단하자는 공지가 내려왔다"면서 "아직 휴진중단에 대해선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병원 측도 의료진 복귀에 대해 들은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전공의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여당과 의협 간 합의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는 글을 올렸다.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도 긴급 공지를 통해 "정부의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이에 대해 최대집 의협 회장은 민주당과의 협약식 직후 "대전협 집행부의 그런 심정과 생각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더 이상의 집단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