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러 업소에 나가면 가끔 업주분들이 장사를 못하면 큰일 난다며 화풀이를 하기도 하고 폐쇄회로(CC)TV를 안 보여주려고 하시기도 합니다. 상호를 공개하면 해당 업주분들이 소송을 하겠다고 밤늦게 전화할 때도 있어요."
감염 우려를 무릅쓰고 확진자가 다녀간 현장 곳곳을 방문해 동선을 파악하는 '역학조사관'이 일부 업주의 화풀이까지 견디는 등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역학조사관들은 확진자의 비협조로 동선 공개가 늦어진다며 철저한 방역을 위해 동선을 정확하게 기재해줄 것을 확진자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 업주들 중 일부가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때 난처하다고 조사관들은 고백했다.
김동석 노원구청 감사과 조사팀장은 "대부분은 잘 협조해주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 업주분들이 본인도 당황스러운지 CCTV를 안보여주려고 하고 괜히 화풀이할 때가 있다"며 "종업원과 손님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감염 우려가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상호를 공개하는데 이것 때문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역학조사관들은 몇몇 확진자의 비협조로 동선 확인이 늦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김근남 서초구보건소 건강정책과 역학조사팀장은 "동선을 파악해야 하는데 확진자들 중에는 전화를 안 받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병상 배정이 늦어져서 기분이 나쁘셨는지 전화를 받자마자 끊으시는 확진자도 있었고 거짓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 조사팀장 역시 "확진자가 전화로 정확하게 날짜와 시간을 진술해주면 한 동선당 30~40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데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5시간 넘게 동선 파악이 안 되기도 한다"며 "카드 내역으로 동선 추적이 가능한데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현금 결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확진자가 다녀간 시간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역학조사관들이 밤늦게까지 일하며 쉬지도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역학조사팀장은 "지난달에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로 보건소 전 직원들이 주말에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동선 파악이 안 되면 밤을 새워서라도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서초구에서는 전문적인 CCTV 전담 요원으로 구성된 역학조사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민분들의 협조가 없으면 동선 확인이 비교적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민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주시고 확진자가 되더라도 동선을 정확하게 기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 조사팀장 역시 "최근 인원이랑 차량이 보강돼서 다행이지만 직원들이 업무가 누적되거나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