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세포' 죽이는 꿀벌 봉독의 놀라운 비밀

입력 2020.09.03 11:07수정 2020.09.03 13:40
암 치료제로 쓰이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긴 하다
'암 세포' 죽이는 꿀벌 봉독의 놀라운 비밀
6일 경북 경주시 동부사적지 동궁과 월지에서 연꽃들이 활짝 꽃망울 터뜨리자 꿀벌들이 날아들고 있다. 2019.7.6/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꿀벌의 봉독이 공격적인 유방암 세포를 파괴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영국 BBC에 따르면 호주 과학자들은 꿀벌의 독 속에 있는 멜리틴이라는 물질이 치료하기 어려운 악성 유방암 세포를 죽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벌독은 앞선 연구에서도 흑색종과 같은 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퍼킨스 의학연구소는 '네이처'의 자매지이자 종양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프리시전 온콜로지'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일정 농도의 봉독이 한 시간 내로 다른 세포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은 채 암세포를 죽였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다른 농도에서는 독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사용된 독은 300마리가 넘는 꿀벌과 호박벌로 부터 얻은 것이며 악성 세포들인 '트리플 네거티브'와 'HER2-enriched'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자들은 멜리틴이 암세포를 죽이는 것 뿐 아니라 차단시키거나 성장을 막는 데 효과적인 것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멜리틴은 꿀벌의 독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인위적으로 합성될 수도 있다.

트리플 네거티브 세포가 일으키는 악성 유방암은 유방암 중 10~15%를 차지한다. 유방암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으로 고쳐왔지만 봉독의 효과가 더 입증되면 선택지가 더 늘게 된다.


피터 클링켄 해리 퍼킨슨 연구소 수석 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멜리틴이 세포 복제를 줄이기 위해 유방암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를 어떻게 방해하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자연 화합물이 인간의 질병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또 다른 훌륭한 예"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실험실 환경에서는 암세포와 싸울 수 있는 화학적 화합물이 수천개 존재하지만 실제로 쓰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독이 실제로 암 치료제로 쓰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