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맞고 격분' 12.5kg 맨홀뚜껑 휘두른 전과12범

입력 2020.09.01 06:01수정 2020.09.01 10:29
피해자는 의식을 잃었다
'주먹 맞고 격분' 12.5kg 맨홀뚜껑 휘두른 전과12범
© News1 DB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맞은 것에 격분해 맨홀 뚜껑으로 수차례 내려쳐 지인을 살해하려 한 폭력 전과 12범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씨(58)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 3월7일 오전 3시 서울 금천구 소재 한 술집에서 지인 김모씨와 술을 마시다 다투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는 조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대 먼저 때렸고, 이에 격분한 조씨는 김씨를 폭행하고 무게 12.5kg의 하수구 빗물받이 뚜껑을 들어 김씨를 수차례 내려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의식을 잃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턱, 얼굴뼈,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조씨는 지난 1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만 조씨는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도 1심이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살인범죄 재범 위험성은 적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재판부는 "과거 조씨의 폭행치사죄 처벌 전과는 술에 취해 몸싸움을 하던 중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뇌를 다쳐 사망에 이른 것으로, 이를 살인범죄라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범행은 '묻지마식 범죄'와 같은 살인 성향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에서 "조씨가 과거 폭력으로 3차례 실형을 선고받고, 9차례 벌금형을 받은 점과 조씨의 알콜 의존증 등을 고려하면 살인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며 "조씨는 과거 살인범죄를 저지른 적도 있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조씨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만취해 범행을 저질러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Δ사건 범행에 쓰인 물건이 만취상태였으면 쉽게 들어올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점 Δ범행 후 5시간 뒤에 진행된 경찰조사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Δ범행 후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점 등을 고려해 조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형법 규정상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심신미약 감경을 할 수 있는 유형으로 보기 어렵다"며 "김씨의 폭행으로 다른 회피 수단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급박한 상황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하지관절(지체) 장애가 있는 점, 어려운 형편에도 1500만원을 주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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