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산 비판에 기쁜 시인, 뜻밖의 고백 "쌍욕으로.."

입력 2020.08.31 14:38수정 2020.08.31 15:53
품위있는 논쟁은 많으면 좋죠
조은산 비판에 기쁜 시인, 뜻밖의 고백 "쌍욕으로.."
에세이집 ''그토록 붉은 사랑'을 낸 림태주 시인이 2015년 6월 4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던 모습. © News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림태주 시인이 '진인' 조은산씨의 비판을 오히려 고마워했다. 품격 있는 상대로부터 받은 비판이기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논쟁을 펼칠 만한 상대로 인정받았음'이 기뻤다는 것이다.


◇ 모두까기 진중권 '이 것이 품격과 풍류'라며 격찬한 조은산 vs 림태주의 '상소·하교'논쟁


인천에 사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조은산씨는 지난 12일 조선시대 상소문 형태의 '시무7조'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림태주 시인은 28일 "하교(임금이 신하의 글에 대해 답함)한다"며 "조은산씨가 아는 진실이 전부가 아니니 화려한 문장으로 국민들을 혹하게 만들지 마라"고 했다.

그러자 조씨는 30일 "림 시인은 나의 가난을 아는가"라며 어렵게 자랐고 지금도 그렇지만 남을 원망치 않았고 남을 것을 탐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진실이다며 받아쳤다. 그러면서 "펜과 펜이 부딪쳐 잉크가 낭자한 싸움에 잠시 인과 예를 잊었고 경어를 쓰지 못했다"며 림태주 시인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이를 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실로 오랜만에 품위와 풍류가 있는 논쟁을 봤다며 모름지기 싸움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까기(걸리는 대로 비판함)라는 까칠한 별칭을 갖고 있는 진 전 교수가 논쟁 당사자와 논쟁 내용에 대해 엄지척한 것은 보기 드문 일.

◇ 림태주 "조은산이 내 이름 적시해 기뻤다…품위있는 논쟁 더 많아지길"

림태주 시인은 조은산씨가 자신을 비판했다는 소식에" 내 이름을 적시한 선생의 글을 읽고 몹시 기뻤다"고 했다.

그는 "선생의 상소문이 그저 허름하고 잡스러운 글이었다면, 나는 ‘하교’ 따위의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며 "내용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생각된다"고 조씨의 글을 높이 평가했다.

림 시인은 "선생 글의 형식에 대구를 맞추느라 임금의 말투를 흉내 내었고, 교시하는 듯한 표현을 쓴 점 너그러이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자신도 조씨에게 경어를 쓰지 않은 것에 사과했다.

림 시인은 "사람은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하고 보는 만큼 말하기에 다른 자리에 선 사람의 시각과 말도 필요하다"면서 "좌든 우든 상식과 교양의 바탕에서 견해를 나누고, 품위를 잃지 않는 논쟁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했다.


이 말 속에는 조씨와 품격있는 논쟁을 펼친 것이 흐뭇하다는, 림태주 시인의 마음이 녹아 있었다.

◇ 림태주 "하교 글 내린 것이 아니라 친구보기로 돌려…하도 막말과 쌍욕을 하길래"

림 시인은 자신의 '하교'글이 페이스북에 사라졌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내린 게 아니라 친구보기로 돌려 놓았다"고 했다.

그 이유로 "낯선 계정에서 몰려와 하도 막말과 쌍욕으로 도배를 해서 방치하기 어려웠다"며 "오해 없길 바라고 이 글도 안 보이게 된다면 그런 연유일 것"이라는 말로 진영을 떠나 상대의 비판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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