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다주)는 같은 이란 국적의 남성을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불법체류자 A씨(40)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18일 오후 5시50분께 동두천시내 지하철 교각 하부 공원산책로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 일용직 근로자 B씨의 가슴을 2회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자신을 불러낸 뒤 흉기를 들고 폭언을 퍼부으면서 위협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너 때문에 인력사무소에서 더 이상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네 마누라를 강간할 것이다. 네 아버지, 어머니 다 섹스할 것이다. 네 가족들 다 섹스할 것이다"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자신이 방어 차원에서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맞서 B씨의 왼손을 찔러 흉기를 떨어뜨리게 했는데, B씨가 허리춤에서 또 다른 흉기를 꺼내 휘두르자 정당방위 차원에서 B씨에게 휘휘 흉기를 내저었을 뿐 "찌르지는 않았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국과수 부검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피해자의 심장이 관통 당하는 치명적 손상이 발견됐다. 단지 피고인이 칼을 좌우로 휘둘러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향해 흉기를 내밀어 찌른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과 위험이 있음을 예견했다면 범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Δ피고인이 범행 당일 피해자를 만나기로 약속한 뒤 흉기 1개를 구매해 소지한 채 약속장소로 간 점 Δ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칼날길이 15㎝에 이르고 칼끝이 날카롭고 뾰족해 사람의 생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되는 점 Δ피해자의 가슴 좌우 각 1회씩 찔렀는데 이런 방법으로 사람을 공격할 경우 심장과 혈관이 손상되거나 과다한 출혈이 발생해 사망할 수 있다는 점 Δ피고인이 강한 힘을 가해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찌른 것으로 인정되는 점 등을 이유로 'A씨는 살인의 범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또한 "목격자 C씨의 진술에 따르면 싸움 초반에 B씨가 A씨의 목에 흉기를 대고 위협해 뒤로 밀리기도 했지만 A씨는 빠른 속도로 위협을 제압한 뒤 망설이지 않고 B씨의 심장에 흉기를 찔렀으며, A씨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해외에서 떨어져 지내며 피해자와 만날 날만 기다리던 유족들은 평생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처지"라며 "다만 피고인이 대한민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가 먼저 흉기를 피고인의 목에 대고 위협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큰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