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보고에 등장한 北 김여정의 어마어마한 존재감

입력 2020.08.24 07:00수정 2020.08.24 09:26
대놓고 인정?
국정원 보고에 등장한 北 김여정의 어마어마한 존재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올해 북한 체제의 특성 중 두드러진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역할 확대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자신의 명의로 된 담화를 발표했다. 그가 개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를 시작으로 연속으로 개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는데, 모두 미국과 우리 측을 향한 것이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 활동은 사실상 '0'에 가깝게 줄었다. 그가 자신의 메시지를 통해 대외 입장을 밝힌 적은 올해 한 번도 없다.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내치와 외치를 나눠 '투 트랙'으로 북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공식화했다. 당시 국정원은 김 제1부부장에 대해 처음으로 '2인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언론이 아닌 국가 기관이 북한의 특정 인사에 대해 2인자라는 말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그의 위상이 북한의 과거 어떤 고위 인사보다도 높은 상태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김 제1부부장의 입지가 그의 공식 직함인 당 제1부부장을 넘어섰음을 보여 주는 행보는 지난 2018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서부터 확인됐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김 위원장이 나선 모든 대외행보에서 사실상 비서실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준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공식 직함은 아직 당 제1부부장이다.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당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는 그의 현재 소속도 선명하지 않다. 주요 간부들에 인선에 관여할 수 있는 조직지도부 소속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남북 모두 그의 소속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보여 준 일련의 행보를 통해 현재는 그의 직함과 권한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최근 존재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당 내의 신설부서를 맡았으며, 이 부서가 대외 행보를 모두 관장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씨 일가를 뜻하는 '백두혈통'이자 여성인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지위는 곧잘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김경희와 비교되곤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는 막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당 경공업부장 등 고위직을 맡았으나 내밀한 부서인 선전선동부, 조직지도부 등에 입성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의 남편인 장성택 역시 한때 '2인자' 호칭이 붙었던 인물로, 김정일 위원장 역시 동생에게 자신의 권력을 일부 분산해 통치에 활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김경희가 국가 운영 자체에 전면에 나섰던 적은 없다. 반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6월 담화에서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공식적으로 국가 전반의 운영과 관련한 권한을 확보한 상태라는 뜻이다.

이 같은 차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젊은 나이에 집권하며 정치적 기반이 선대보다 약한 상태에서 최고지도자가 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북한의 백두혈통이 지니고 있는 권위를 최대로 활용할 필요성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센스와도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 제1부부장은 공식 석상에서 노련한 모습을 보이며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더욱 부각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는 단순히 어떤 직책을 부여받는다고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한때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유고 시 후계자로서 모든 권력을 이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런 그의 스타일과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5년'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협상의 교착과 올해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큰물(홍수) 피해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넘기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올 당대회를 계기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직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1부부장 타이틀을 넘어 당 고위직에 오르거나, 북한의 최고 통치 기구인 국무위원회에 입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심스럽게 그가 대남, 대미 협상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모든 분석들의 구체적 사실관계는 내년 1월에 확인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역할과 정치적 입지가 빠르게 확장될 것은 현재로써도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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