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 만기 앞두고 잠수 탄 집주인.. 전세금 어쩌지

입력 2020.08.19 06:05수정 2020.08.19 09:40
깡통전세가 늘어나고 있나봅니다.
전세계약 만기 앞두고 잠수 탄 집주인.. 전세금 어쩌지
서울의 한 주거지역의 모습.© News1 김진환 기자


전세계약 만기 앞두고 잠수 탄 집주인.. 전세금 어쩌지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 지난달 말 빌라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남들은 계약갱신이 어려울까 봐 집주인을 피한다는데, A씨는 집주인이 잠수를 타 애가 탔다. 아이 교육 문제로 강동구 신축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으면 당장 봐두었던 전세가 눈앞에 사라질 수 있어서다. 다행히 계약 당시 가입했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 생각났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지급해준 보증(대위변제) 액수가 올해에만 26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갭투자'의 후유증으로 분석한다.

대위변제 금액은 올해 최고기록을 세울 것으로도 보인다. 임대사업자는 전세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또 주택시장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갭투자의 틈새로 빌라가 떠오르면서 위험부담도 높아졌다.

19일 HUG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액수는 2617억원이다. 지난해 2836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위변제 규모는 2016년 26억원에서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이었으며 2019년 말 2836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전세를 든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2013년 도입됐다. 공공기관인 HUG와 민간기관인 SGI 두 곳만이 반환보증을 취급한다. HUG와 SGI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주고, 차후 집주인에게 구상권 등을 청구해 회수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유행처럼 번진 '갭투자'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다 대출받아 투자한 '영끌' 갭투자자들이 정부규제와 세부담 상승,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으로 자금력이 약해지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서두르는 세입자들도 늘었다. 올해 7월 말 기준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건수는 9만6702건, 금액으로는 19조5796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개인 등록임대사업자와 세입자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신규 임대로 등록하는 주택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기존 등록 주택은 법 시행 1년 뒤인 내년 8월18일 이후 신규 계약 체결부터 적용된다.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려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고, 보증료 전액을 부담했다. 그러나 개정된 전세 보증보험 제도의 보험료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3대 1로 나눠 부담해야 한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집주인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처벌은 있지만, 세입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또 하나의 변수는 정부가 규제지역의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으나, 빌라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세 대출을 받아 갭투자가 가능한 데다 양도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로 해 투자 수요가 불붙고 있다.

실제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빌라 거래량은 7008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08년 4월 7686건 이후 12년 만의 최고치다.
올해 서울 빌라 거래량은 1월 3840건, 2월 4800건, 3월 3609건, 4월 4061건, 5월 4665건으로 5000건을 밑돌았으나 6월 6328건으로 급증한 뒤 지난달 7000건을 돌파했다. 지난달 계약분은 30일의 신고기한에 의해 이달 말까지 집계되는 만큼 7월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갭투자가 빌라로 넘어갈 경우 전세금 반환보증 액수 증가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삶도 팍팍해질 수 있다"며 "서민들의 주요 주거 수단인 빌라 등에까지 과열이 전이되지 않도록 풍선효과(비규제 지역 및 수단에 투기수요가 몰리는 것)를 방지하는 정부의 사전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