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스마트워치'를 통해 혈중 약물 농도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기초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약 먹은 것을 잊어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개개인에 맞춘 정밀의학 실용화도 앞당길 수 있다.
18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와 스탠퍼드(Stanford) 대학 연구진이 땀을 분석해 신체 약물 농도를 파악하는 스마트워치 기술을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최근 발표했다.
약물은 일반적으로 전임상,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치며 안정성과 효능을 검증받는다. 이러한 검증과정은 통계적 데이터 처리를 통해 이뤄진다. 통계적 처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를 보는 안전한 약을 만들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처방이 이뤄진다.
사람마다 대사속도를 비롯한 신체 특성이 다르고, 음주·흡연 습관, 다른 약물 복용 여부에 따라 의약품의 효과 정도, 약효 시간, 잔류 시간 등이 다르게 나타난다. 각 개인의 이런 특성을 감안하고 면밀한 관찰을 통해 처방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하고 비용이 든다. 개인의 특성과 면밀한 관찰을 통한 환자 관리는 보통 중환자를 치료하거나 민감한 성질의 약물을 사용할 때 이뤄진다.
연구를 주도한 UCLA 전기 및 컴퓨터 공학과의 샘 에마미냐드(Sam Emaminejad) 조교수는 "신체 내부의 약물 상태를 혈액 검사 없이 지속해서 추적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비 기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개인에 대한 최적의 투여량과 시기를 조정해 치료의 효능을 개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마미냐드 조교수 연구팀은 미세한 전류로 손목의 땀샘을 자극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연구자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나오게했다. 그리고 땀에서 비교적 분자크기가 작아 땀으로도 배출되는 약물을 검출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술 바탕으로 대중적인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은 후의 땀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스마트워치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조그만 칩을 설계해냈다. 이 칩은 약물이 나타내는 고유한 전기화학적 특성을 감지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혈중 농도를 추산해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스탠퍼드 대학 의과대학의 로널드 대이비스(Ronald Davis)는 "개인의 유전적 구성에 따라 약물을 선택하는 기술은 이미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유용함이 증명됐다"며 "웨어러블 기기와 함께 사용하면 약물 투여량을 최적화·개인화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약물에 대한 데이터 확보,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한 측정 신뢰성 검증 등의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웨어러블 기기와 건강관리를 이용해 땀을 비롯한 피부 분비물 분석 센서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스탠포드 대학의 대이비스 교수 또한 2017년에 땀을 이용한 당뇨병 측정 센서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같은 해 김대형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알아서 적절량의 약품을 투여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