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사장보다 보수가 많은 차장' 일반회사라면 말도 안 되는 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예외의 영역이 있다. 파격적인 성과급이 존재하는 증권사에선 업무 성과에 따라 가능한 일이다. 올해 상반기도 이런 예외는 이어졌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증권사 내 연봉킹 자리에 대표이사가 아닌 전무나 상무 등 임원진들이 이름을 올린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차장이나 과장급 중에서도 대표의 연봉을 추월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이들의 올해 상반기 수령액의 세부 내역을 보면 대개 기본 급여는 2000만원~1억원 수준으로 평균적으로 5000만원 안팎이었다. 기본급여가 대표급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월등히 높은 상여금을 바탕으로 대표보다 높은 사내 고소득자가 됐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대부분 기업금융(IB)이나 채권투자 직원들의 얘기다.
키움증권의 상반기 연봉킹은 이원진 부장이다. 그는 8억7485만원을 받아 김익래 회장(5억9068만원)을 제쳤다. 이 부장의 급여는 4500만원인데 상여금만 8억2856만원이었다. 반면 김 회장의 급여는 4억4000만원으로 이 부장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지만 상여금이 1억4886만원이었다.
부국증권에선 박현철 대표이사의 보수는 5억원이 되지 않아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박정준 부사장은 15억5300만원, 정원석 차장 12억1900만원, 김훈 전무 7억3300만원, 정내혁 상무 6억3800만원, 김태연 상무보가 6억11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특히 고액연봉자 중 두 번째에 이름을 올린 정 차장은 급여가 2900만원이지만 상여금만 11억9000만원을 챙겼다. 그는 여의도 내에서 최고의 알고리즘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로 지난해에도 고액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KTB투자증권에선 최성순 상무가 10억1500만원, 손효선 부장은 9억5300만원, 장호석 전무는 7억8800만원, 정승용 과장은 7억5700만원을 받았다. 이병철 대표이사 회장은 이들보다 적은 7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하이투자증권에서도 김진영 부사장(20억4100만원), 박정근 상무(13억3800만원), 박인준 상무(12억5100만원), 오재용 상무보대우(12억2900만원), 김정곤 부장(11억6800만원)이 고소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김경규 대표는 5억에 미치지 못해 공시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에선 방창진 상무보가 16억1163만원, 이재성 차장 15억1155만원, 한우준 차장 12억6714만원, 김용식 전무가 12억1896만원을 받았다. 정일문 대표의 보수는 10억9988만원이었다.
한양증권에선 임재택 대표가 5억원 미만의 급여로 공시대상에 이름을 못 올렸지만 박선영 상무가 21억5500만원, 민은기 이사대우실장 13억원, 이동열 부장 11억7200만원, 신준화 이사대우실장 9억6400만원, 이준규 이사대우는 7억7200만원을 챙겼다.
한화투자증권에선 최용석 상무가 12억7700만원을 받아 5억원을 넘는 유일한 고소득자였다.
NH투자증권에선 김연수 상무가 13억2700만원, 서재영 상무대우가 10억4500만원을 받았고 정영채 대표이사는 10억2500만원을 수령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장석훈 대표는 5억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강정구 영업지점장은 12억4100만원, 박지만 디렉터는 7억7000만원, 홍장표 상무 6억7700만원, 배명호 시니어 웰스매니저 6억3700만원, 김병인 바이스 프레지던트는 6억2900만을 벌었다.
DB금융투자의 고소득자 순위는 곽봉석 부사장(18억8200만원), 이근우 팀장(10억7200만원), 박재범 본부장(7억9300만원), 황세연 본부장(6억3900만원), 서형민 본부장(6억2400만원) 순으로 고원종 대표이사(5억9200만원)를 멀찌감치 제쳤다.
KB증권에선 문성철 상무가 10억5500만원, 서정우 이사대우 8억4000만원, 박성원 부사장 8억3600만원, 이진욱 상무 8억1500만원, 이용태 이사대우가 7억8200만원이었다.
유진투자증권에선 김철은 부사장(15억1500만원)이 유창수 대표(15억400만원) 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이주한 전무(15억2900만원), 정유호 전무(13억4200만원), 김영진 이사(12억5100만원)가 김원규 대표이사(7억)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다.
IBK투자증권에선 백동흠 상무보가 7억6700만원, 김성환 이사는 6억8100만원, 최미혜 상무보는 6억1400만원을 수령했는데 서병기 대표는 5억에 미치지 못했다. 케이알투자증권 역시 이인혁 대표는 공시대상이 아니었지만 강혁우 상무가 13억8400만원, 박재우 이사는 6억9600만원, 권순상 상무는 6억3600만원을 벌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에서도 연차나 직급에 따라 급여가 정해져있지만 IB 분야 등에선 매년 성과에 따라 계약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계약서에서 정한 수익을 냈을 경우 정해진 비율대로 상여금을 받기 때문에 대표보다 많은 성과보수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