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일제에 은사금까지 받은 사람을 기리는 공덕비가 조선왕조를 지탱했던 청년헌을 비웃듯 바라보고 있다."
15일 충북환경운동연대 박일선 대표는 충주시 성내동 관아공원 안에 있는 서희보의 애민선정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희보는 충주군 군수를 지내다가 1920년 한일 병합 조약 체결 뒤에도 계속해 조선총독부 충주군수로 장기간 근무했다.
애민선정비는 1911년 주민이 서희보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성내동에 세웠는데 근대기를 거치며 관아공원 안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서희보는 일제 감점기 군수 재직 당시인 1916년 7월부터 1917년 초까지 약 6개월간 충청북도 지방토지조사위원회 임시위원을 지냈다.
지방토지조사위는 조선총독부 토지조사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심의하기 위한 자문 기구인데, 자문 요청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서희보는 2002년 국회의원이 발표한 친일파 명단 708인, 2006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106인 등에 포함됐다.
그런데 충주시는 이런 사실에 대한 안내판 하나 설치하지 않고 있다는 게 단체의 지적이다.
단체는 서희보 애민선정비와 호암공원에 있는 충주수리조합장 스즈키마사이치를 칭송하는 비에 대해 설명판을 달아줄 것을 지속해 요구해 왔다.
박일선 대표는 "애민선정비가 있는 관아공원은 독립운동가 류자명 선생이 해방조선을 꿈꾸며 후학양성에 매진한 충주간이농업학교가 있었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복 75주년을 맞아 아직도 이런 일들이 개선되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류자명 선생은 충주간이농업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3·1운동 계획이 발각돼 중국으로 망명, 조신의열단에 가입한 독립운동사의 주요 인물로 평가된다.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6·25 전쟁으로 무산된 뒤 중국 후난농업대학에서 교수 활동을 하며 농업 분야에 큰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는 다수의 단체가 류자명 선생 재조명을 위한 서훈 상향 운동, 책 발간, 역사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관 건립 등 자치단체가 독립운동 재조명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