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상사에게 옷차림을 지적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복장자율화’가 자리 잡은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적잖은 중견 및 중소기업에선 정장 및 세미정장 차림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목상 복장자율화를 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에도 상급자가 복장을 지적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국회 원피스 소동? 우리는 일상!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상사가 하급자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상당수 사례가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다수 회사가 사내규정으로 복장에 대한 내용을 정하고 있어 그에 따른 지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규정이 대부분 ‘단정할 것’과 같은 모호한 내용으로, 상급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일상복이나 외부와 접촉이 없는 근무자의 복장을 지적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3년차 직장인 유모씨(20대·여)는 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소동’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크게 노출이 있거나 하지 않은데도 옷차림으로 논란이 되는 게 부당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된 원피스가 유씨가 직장에서 자주 입는 옷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마음이 불편했다고 했다.
유씨는 “평소에 화사한 옷을 좋아하는 편이라 (류 의원과 비슷한 옷을) 가끔 입고 출근했는데 그러면 선배들이 ‘블링블링하네’, ‘청춘이구만’ 이런 말들을 한다”며 “류호정 의원 사건이 유명해진 다음부터는 사무실에서 나한테만 옷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 털어놨다.
옷차림에 대한 지적과 외모평가가 미묘하게 맞물리는 경우도 있다. 의류업체 8년차 직장인 이모씨(33·여)는 수시로 외모를 지적받았다고 털어놨다. 통통한 외형의 이씨에게 특정 상사가 지속적으로 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헐렁한 셔츠를 입으면 뭐라고 안 하는데 가끔 원피스를 입거나 하면 그 사람(상사)이 ‘관리도 안 하면서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하냐’,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살부터 빼야지’ 같은 말들을 한다”며 “(상사가) 여자라서 성희롱이라고 할 수도 없고 불편하다고 말하면 패션회사에서 자기 몸 관리는 업무의 일환이라고 무능한 직원인 것처럼 대해서 짜증스럽다”고 털어놨다.
■시스루·레깅스 출근은 '부적절' 의견도
옷차림에 대한 지적은 업무상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시스루와 레깅스 복장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일부 여성의 복장이 공적 장소에선 부적절하다는 불만이 줄을 잇는다.
최근 온라인상에선 시스루 옷을 입고 온 직원에게 복장을 지적했다가 곤혹스런 상황을 마주했다는 사연이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여직원이) 속옷 위에 가디건만 입고 왔다”며 “사람들이 없을 때 따로 00씨 우리 복장규정이 있는데 읽어보고 옷 입을 때 조금 더 주의하는 편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알겠다고 해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친한 다른 직원에게 이 여직원이 울었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의견을 구했다. 글쓴이는 이 직원이 입고 온 복장이 ‘검은색 속옷에 다 비치는 갈색 가디건에 바지만 정장 바지’라고 표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씨는 “젊은 직원들은 보기 좋다고 하지만 난 직장에서 레깅스는 좀 아닌 것 같다”며 “아무리 복장 자율이라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을까”하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