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 사진에 무작정 트럭 몰고 구례 찾은 취준생

입력 2020.08.14 12:04수정 2020.08.14 14:38
행동하는 청년이군요 대단합니다.
'물바다' 사진에 무작정 트럭 몰고 구례 찾은 취준생
전남 구례 수해현장에서 봉사활동 중인 박승만씨. /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구례=뉴스1) 지정운 기자 = "친구에게 구례 터미널까지 잠긴 사진을 받아보고는 뭔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의 1톤 트럭을 타고 곧장 순천에서 구례로 달려왔습니다."

섬진강 범람으로 물에 잠긴 전남 구례군민을 돕기 위해 30대 취업준비생 박승만씨(32)가 엿새째 구례군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 오전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부가 운영하는 '사랑의 밥차'에서 만난 박씨는 땀으로 얼굴이 범벅이 된 채 막 지은 밥을 차량에 싣는 등 바쁜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9일 순천시청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물에 잠긴 구례읍 사진을 보고는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진 것이 없었지만 현장에 가면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곳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서둘러 구례로 향했다.

최근까지 준비해왔던 해양경찰 임용 시험도 끝나고, 재난현장에서 버틸만한 체력에도 자신이 있었다. 또 아버지에게 받은 1톤 트럭이 있어서 이동수단도 확보했다.

9일 오후 3시쯤 그는 구례군청에 도착해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밥차'와 연결이 됐고, 이날부터 수재민에게 전해질 식사를 배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매일 오전 5시까지 구례 사랑의밥차에 도착해 수재민의 아침과 점심,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배달한 후 그릇을 수거해 다시 밥차로 돌아오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가 배달하는 밥은 아침은 250명, 점심 500명, 저녁 300명 정도의 분량이다.

잠시 짬이 나면 구례군청으로 찾아가 구례읍 수해현장으로 보내질 구호물품을 대피소로 배송하고, 구례 5일시장에서 복구와 청소를 도왔다.

상인회를 찾아가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소개받아 일하고, 밥이 다 되어갈 시간이면 부리나케 밥차로 달려와 밥 배송을 한다. 이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오후 7시쯤 순천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박씨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자원봉사 3일째이던 11일 오후 동생을 통해 자신이 시험을 봤던 해양경찰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결혼해 순천에서 아내와 둘이서 살고 있는 신혼이다. 목포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외항선에서 5년 동안 근무한 그는 해양경찰을 목표로 취업준비에 매진해 왔고, 재수끝에 결실을 맺게 됐다.

박씨의 합격 소식을 들은 최상철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협의회장은 밥차 운영팀들과 함께 미리 케익을 준비해 박씨를 축하는 깜짝 파티도 해줬다.


그는 "처음 이곳을 오면서 뭔가 큰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곧바로 이런 생각이 모자랐음을 알았다"며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웃었다.

이어 "여기에 와서야 진짜 영웅들이 계신 것을 알았다"며 "수만시간의 봉사시간을 가진 이분들이 일은 조용히 하고 가실 때면 깔끔하게 인계인수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생하시는 주민들께서 오히려 봉사자들이나 적십자사, 공무원에게 오히려 감사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도와주겠다'고 나선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며 "이번에 구례에 와서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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