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간 신입사원, 무전기서 들려온 상사의 질타

입력 2020.08.12 12:00수정 2020.08.12 14:31
적당히 좀 합시다..
화장실 간 신입사원, 무전기서 들려온 상사의 질타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직원들의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수시로 폭언과 욕설을 하면서 직원들을 괴롭혀온 병원의 경비 관리직들에 행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중대한 인권침해'로 보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기도의 공공의료기관 A병원 병원장에게 직원들을 괴롭혀온 사실이 확인된 경비조장 3명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A병원장에게 관련 직원들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때 적절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인권위에는 A병원의 보안직원들이 경비조장들로부터 단체집합, 상습적인 폭언·욕설, 사생활 침해, 폐쇄회로(CC)TV를 통한 근로감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A병원이 이를 인지하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이에 대해 해당 경비조장 3명은 폭언과 욕설 사례를 일부 인정했지만 '경비직무의 특성과 긴박한 업무상황에서 화를 낸 것일 뿐 조원들과 원만하게 업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A병원 측도 '시설경비직원 간 폭언, 욕설 등 부조리한 행동이 민간위탁 때에는 행해졌지만 피진정인들이 병원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된 (2018년) 이후에는 인권침해 사례가 대부분 근절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비조장들이 Δ다수의 환자와 직원들이 있는 병원 로비에서 직원 10여명을 집합시켜 폭언·욕설을 한 사례 Δ경력직 신입사원을 퇴사하도록 괴롭힐 것을 지시한 사례 Δ근무시간 이외에 따로 불러 상습적으로 욕설을 한 사례 등 다수의 인권침해 행위가 확인됐다.

이중 ㄱ경비조장은 신입사원이 보고하지 않고 화장실을 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근무자들도 들을 수 있는 무전기로 "누구 마음대로 화장실을 보고도 없이 가냐"고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또 ㄴ경비조장은 흉기를 들고 난동을 피운 정신과병동 퇴원환자를 진압하다가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직원을 병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지인과 가족들의 면회도 일부 통제했다.
심지어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사진도 '자중해야 한다'며 지울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가해자들의 언행과 업무방식의 침해 정도, 침해 행위의 지속성·반복성, 피해자들의 규모를 고려할 때 중대한 인권침해행위"라며 해당 경비조장들의 업무수행 방식과 그들이 주장하는 '경비직의 특수성'은 대부분 개선·폐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병원본부가 내부에서 제기되는 괴롭힘 피해신고를 접수했음에도 이를 '근무 불량자의 악의적인 민원'으로 보고 조사와 대응에 미흡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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