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달중 기자 = 요즘엔 디지털카메라 가운데 전문가급인 'DSLR'을 보유한 국회의원실이 적잖다. 속칭 조그마한 '똑딱이' 카메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카메라는 의원이 가는 곳마다 따라간다. 상임위 전체회의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열리는 다양한 토론회나 세미나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의 사진은 다양하게 활용된다. 연말 연초에 지역구 주민들에게 발송하는 의정보고서에 쓰이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용으로도 활용된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호감으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당연히 사진 중에 좋은 이미지를 골라야 한다.
그렇게 고른 사진은 때론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역할을 한다.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은 지난 2006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100일간 민심대장정에 나섰다. 손 고문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검은색으로 변한 사내가 컵라면을 먹는 장면은 대장정 초반 '정치 쇼'라는 시선을 거두게 하는 장면이 됐다.
반대로 본인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정의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안성시 죽산면 산사태 피해 농가에서 수해복구 지원작업을 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정의당의 유력 정치인이자 차기 주자로 꼽히는 심 대표의 글과 이를 보도한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고, 일부 누리꾼은 심 대표의 깨끗한 옷과 장화를 비판했다. '피해 현장을 도우러 간 것이 아니라 사진 찍으러 간 것 아니냐'는 조롱도 나왔다. 이에 반응이라도 하듯, 심 대표는 이틀 뒤인 9일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이같은 논란은 같은날 수해복구 작업을 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흙 뭍은 옷과 고된 표정이 담긴 사진과 비교되면서 증폭됐다. 지난 7일 봉사활동을 한 태 의원의 모습을 공개한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태 의원은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삽으로 흙을 치웠다"고 전했다.
심 대표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의 사진을 비판한 어느 누리꾼도 심 대표의 봉사활동 시작과 끝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 의원이나 심 대표 모두 국민이 직접 피해를 본 재난 현장으로 내려가 봉사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일을 더 했고 덜 했고를 따져 비판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심 대표 역시 재난 현장에서의 의원실 또는 당직자를 통해 사진을 촬영하는 기존의 방식에 대해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지역 봉사활동을 내려가는 의원실에 보낸 문서에서 주의사항으로 "수해복구 지원 활동이므로 개별 사진촬영 및 개별차량 사용 지양"이라고 공지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좋은 일로 기념을 하러 가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며 "언론이 보도를 위해 촬영하는 것은 몰라도 개별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