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뉴스1) 김종서 기자 = 지난 3일 약 250㎜ 가량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바다가 됐던 충남 아산시 곳곳에 수마가 할퀸 상처가 남았다.
특히 송악저수지와 곡교천 물줄기가 맞닿는 아산 송악면 주민들은 하천이 범람하면서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탓에 발만 동공 구르며 불안감에 떨어야만 했다.
이곳에는 시간당 최대 90㎜의 물폭탄이 내려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송악면 외암리에서 산사태를 피하려 집 밖을 나섰던 70·80대 노인 2명이 그 자리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저수지와 하천 중간께 자리한 송악면 외암마을은 무섭게 들이치는 물살을 피하지 못했다.
4일 오전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집과 상가에 차 오른 물을 빼기에 바쁜 동네 인근에는 주변 송남초등학교에서 떠밀려온 운동장 흙이 한가득 쌓여있다.
집 안으로 들이친 물을 대부분 빼낸 뒤 연신 바닥을 걸레질하던 80대 노인은 대피할 새도 없이 무섭게 차오르던 빗물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걱정이 한가득이지만, 어쩔 수 없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어제(3일)일을 생각하면 말도 안 나온다. 순식간에 다리까지 물이 들이치는데 집밖을 보니 강물처럼 흐르더라”며 “물난리가 났다니 수원에서 아들이 도와주겠다며 내려왔다. 비가 더 내린다는데 방법이 딱히 없지 않느냐”며 하소연했다.
인근 한의원 문 옆 통유리는 거센 물살 탓에 뜯겨져 나갔다. 이제야 물을 대충 빼내고 정리에 분주한 가운데 추가 비 예보 소식에 반쯤 넋이 나간 상태다.
이곳에서 유통업을 한다는 A씨(53)는 전날 창고에 물이 차 큰 피해를 봤다.
그는 “앞뒤로 하천이 넘쳐 덮쳤던 것 같다. 비가 더 내린다니 모래주머니로 둑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폭우로 인한 피해를 여기만 본 것은 아니다. 아산 밀두천과 매곡천, 온양천도 범람 위기로 마을 주민들이 급하게 피신했고, 지하차도와 하천 다리 등 통행이 대부분 통제되기도 했다.
아산에서는 또 3일 50대 어린이집 직원과 70·80대 노인 2명 등 총 3명이 실종됐다. 이중 어린이집 직원만 4일 오전 7시께 숨진 채 발견됐다.
천안에서는 지난 3일 폭우로 도로 곳곳이 침수된데 이어 중앙시장, 천안IC 입구 등이 물에 잠겼고, 범람 위험이 계속되던 병천천이 결국 넘쳐 인근 장산리 마을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침수된 지역은 대부분 배수가 완료됐지만, 주택과 차량이 침수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6시30분 집계된 지역별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아산(91.5·송악), 천안(63.9), 홍성(43), 예산(41.5), 서산(40.4), 청양(40㎜) 등이다.
누적 강수량은 아산(송악)이 253.5㎜로 가장 많고, 천안이 226.5㎜를 기록했다. 서산과 공주, 홍성, 청양, 태안, 보령 등 지역은 40~100㎜ 내외로 집계됐다.
비는 충남북부지역에 5일까지 100~300㎜, 최대 500㎜까지 내릴 전망이며, 이밖의 지역에도 시간당 30㎜ 내외의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