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는 28일, 차기 대선 출마여부에 대해 "현재에 만족, 더 큰 역할을 굳이 쫓아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맡겨주면 굳이 피하진 않는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2017년 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몰아세워 여권 핵심지지층인 친문으로부터 공격받은 일에 대해선 "당시 지지도도 조금 오르고 해선 회까닥했다. 싸가지가 없었다"며 그 일이 큰 약이 됐다고 했다.
대법원 무죄판결에 대해선 "생중계 방침을 밝혔을 때 '아 무죄 선고하려나 보다'라는 생각(일반적 수준에서 예측)이 들었다"고 했다.
또 자신은 겉보기와 달리 "소심하고 내성적이다"며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려는 용기를 가졌을 뿐(가지려고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 7월 16일 대법원 선고 생방송 예고에 '아 무죄선고 하려나', 선고 앞부분 듣자 '아 무죄'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공개된 시사 평론가 김용민씨의 유튜브 채널 '김용민TV' 프로그램 용터뷰'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옥죄었던 기나긴 법정투쟁 마침표를 찍은 지난 16일 대법원 선고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봤다"고 했다.
이 지사는 무죄를 예상했는지, 혹시 들은 말이 있는지에 대해 "미리 들은 것은 없었고 상식, 일반적 예측으로 볼 때 (무죄일 것으로 판단했다)'며 "생중계한다라는 말에 '아 무죄로 하려는 모양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즉 "꽤 유력한 정치인을 국민들 보는 앞에서 참수할 리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불안했었고 대법원장이 (선고문) 앞부분을 읽었을 때 '아 무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무죄 기쁨보다 화가…당연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이렇게 멀리, 험한 길을, 시간낭비에
이 지사는 무죄선고를 받는 순간 기쁨도 있었지만 "이 당연한 결과를 위해 이렇게 멀리, 험한 길을 돌아 왔구나(라는 생각에) 화가 났다"며 "새벽까지 재판하는 등 시간을 버린 것에 화가 났다"고 했다. 경기 도민을 위해 일할 시간을 그만큼 낭비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소수의견에 대해선 "종교재판 냄새가 났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선고문을 들을 땐) 편안했지만 소수의견 듣는 순간 '아 진짜 죽을 수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며 뒤늦게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 1심 재판, 죽을 힘을 다해 준비…영혼을 바쳤던 대학 입시 준비 때보다 더 노력
이 지사는 살아 오면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순간이 1981년 대학입시 준비 시절이었다고 했다. "돈이 없었기에 반드시 장학금을 받아야 해 정말 영혼을 바쳐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만든 사건이 자신의 재판, 특히 1심이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 지사는 "만약 진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기에 절대 질 수 없었다"며 "사건을 잘 아는 내가 설명을 해 줘야 하니까 죽을 힘을 다해 재판준비를 했다"고 털어 놓았다.
◇ 2017년 당내 경선땐 싸가지 없었다, 文이 성공해야 기회가…기회 준다면
이 지사는 2017년 초 당내 경선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것과 관련 "초기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소리, 서울시장 내락설 등이 나와 원칙적으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공격한다고 공격되는 건 아닌데 공격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보다 완화된 행태라 생각했는데 그조차 불필요한 것이었다"며 "제 입으로 안해도 되는데 (무리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러한 당시 행동에 대해 이 지사는 "어느날 지지율 좀 올라가니까 마치 필로폰을 맞은 것처럼 회까닥했다"며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 일로 "맞아야 정신을 차리고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할 수 있고 그래야 나도 활동할 공간이 생긴다"고 한 이 지사는 "더 큰 역할을 굳이 쫓아가지 않겠지만 맡겨주면 굳이 피하진 않는다"며 승부사다운, 솔직한 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 난 포장을 잘해…박원순 신천지 시설 폐쇄 '조치', 난 '폐쇄 긴급행정명령'으로 표현 눈에 띄어
이 지사는 유명을 달리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신에게는 정치적 사수이자 형님이었다며 "사실 (내가 걸었던 길은) 박원순 시장의 궤적을 따라한 것"이라고 했다.
SNS도 2011년 박 시장 권유로 시작했다는 이 지사는 "나는 포장을 잘하는 편"이라며 바로 이 점 때문에 시선을 많이 끌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로 국민적 찬사를 받았던 '신천지 시설 폐쇄 긴급행정명령'을 들었다.
이 지사는 "박원순 시장의 신천지 시설 폐쇄조치 다음날 똑같은 일을 '긴급행정명령'이라고 포장했다"며 "이를 시민들이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등 제가 눈에 띄었다, (박 시장에게) 죄송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광역단체장이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는 것을 파악해 '조치'보다는 '긴급형정명령'이라고 표현을 달리해 (이미지 면에서 많은 점수를 딴 것같다)"고 설명했다.
◇ 심리검사에서 소심, 내성적…투쟁적이고 강한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떨치려는 용기를
이 지사는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로 2002년 민주당 소속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을 들었다.
당시 성남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 중인 이 지사가 이 파크뷰 사건을 파헤치자 민주당 등 당시 야권에서 '한나라당 도와줄 일 있나', '하지 말자'고 만류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지사는 "진영 전체 이익을 위해 부분적, 지역적 정의를 포기해야 하나, 그럴 수 없다"며 물고 늘어졌다.
이 일로 "모두가 손가락질해 너무 괴로웠다"라는 이 지사는 "(그 일이 있은 뒤)심리검사를 받았는데 '소심, 내성적'으로 나오자 담당 의사가 '내면이 이런데 어떻게 견뎠나'며 나를 붙잡고 울었다"고 고백했다.
이 지사는 "심리검사가 말해주듯 나는 따뜻하며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며 외부에서 보듯이 투사, 강한 사람이 결코 아니라고 했다. 다만 "두려움이 없다면 사이코패스로 다만 이겨내는 게 용기가 있을 뿐이다"며 자신의 근본바탕은 약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