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납' 전 남편 수개월 잠복 끝에 붙잡았는데 그만..

입력 2020.07.21 14:47수정 2020.07.21 14:49
경찰 때문에 하루아침에 물거품-_-
'양육비 미납' 전 남편 수개월 잠복 끝에 붙잡았는데 그만..
© News1 DB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경찰의 실수로 수개월간 잠복 끝에 제 손으로 잡은 전 남편을 풀어줘야 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법원으로부터 '감치(監置)' 결정을 받은 40대 남성이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풀려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감치'란 납부능력이 있지만 고의로 과태료 등을 체납하는 고액·상습 체납자를 법원이 일정 기간 구금해 과태료 납부를 간접강제하는 제도다.

21일 A씨에 따르면 지난 6월 부산가정법원은 양육비 87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전 남편 B씨에게 감치 결정을 내렸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 B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법원 결정 이후에도 감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재판이 시작된 2월부터 생계를 미뤄가며 B씨를 찾아다닌 끝에 지난 15일 B씨를 발견, 경찰에 신고해 붙잡았다.

하지만 부산 동부경찰서로 이송된 B씨는 유치장에 구금되지 않고 풀려났다.

A씨는 "당시 경찰관이 법원으로부터 감치 결정이 났다는 내용의 등기를 찾아봐도 받은게 없다는 이유로 B씨를 풀어줬다"며 "법적으로 죄가 없는 사람을 붙잡아 두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개월 간의 잠복 끝에 어렵사리 B씨를 붙잡은 A씨는 법원 판결문과 그간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전 남편을 이제 다시 잡기 힘들어 질 거고 이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본인들도 어쩔 수 없어서 풀어줘야 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 A씨는 다음날 더 황당한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경찰이 A씨에게 당시 당직자가 법원으로부터 온 '민사' 등기를 확인하지 않아 착오가 있었다고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A씨는 "몇 개월 동안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는 것도 포기하고 잠복을 해 전 남편을 찾았는데 경찰 때문에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 경찰은 전 남편 B씨를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A씨는 "동부경찰서 청문감사팀에도 이 사실을 알렸지만 아직까지 전 남편은 잡히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의 감치 집행 기간은 오는 12월까지다. 만약 이 기간 안에 B씨가 잡히지 않을 경우 A씨는 법원에 재차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법원에서 감치 결정이 내려지면 경찰이 적극나서 피해 양육자를 도와야 하지만 형사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건도 그런 경우"라며 "경찰과 법원 등 사법기관에서는 양육비와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감치 명령서를 담당 부서에서 보관하고 있었고 전산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건이라 야간 당직자가 확인을 하지 못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고 B씨에게도 계속해서 출석하도록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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