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뮤지컬 극단 '긍정의 힘' 정창옥 단장(57)이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구속상태 수사를 면하게 됐다.
19일 서울 남부지법 김진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11시께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사실 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등 정씨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피의자가 주민등록상 주소에 거주하지는 않으나 부인과 아들이 있는 곳에 거주해 주거가 부정하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구속의 상당성 및 필요성이 부족하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씨는 오후 11시17분께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서 풀려났다. 왼쪽 팔에는 고정장치를 차고, 다른 손에는 목에 댔던 기브스를 들고 나온 그는 지지자와 포옹한 뒤 <뉴스1>에 "왜, 무엇 때문에 제가 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문 대통령을 처음 봤을 때 고통받는 청년·자영업자의 문제가 떠올라서 참을 수 없어서 그런 행동이 나왔다"면서 "종북 좌파를 몰아내는데 앞장서면서 경찰 수사를 계속 받겠다"고 밝혔다.
영등포서 입구에서 보수 유튜버 등을 만난 정씨는 문 대통령에게 던졌던 신발을 벗어서 수박을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문 대통령이 온 줄 았다면 더욱 더 가까이 가서 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구속될 것이라고 많이 생각했었다"면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 단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57분까지 약 2시간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받고 나온 정씨는 '사전에 계획을 하고 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졌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짧게 답했다. '왜 던졌나' '하실 말씀 있는가' '1995년 불미스러운 일은 어떻게 된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또 정씨는 호송차로 돌아가던 중 마스크를 벗고 "대한민국 바꿔야 합니다, 진심으로 바꿔야 합니다"라고 지지자들에게 외쳤다.
서울남부지법에는 정씨의 지지자 40여 명이 모여 "죄 없는 정찬옥 풀어줘라"고 외쳤다. 이들은 '정치판사 퇴출'이라는 부채와 신발을 매단 낚싯대를 드는 등의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정씨 변호를 맡은 유승수 변호사는 '정 단장이 전하는 말'이라며 "빨갱이 문재인은 자유대한민국을 당장 떠나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만일 신발투척 퍼포먼스 당사자가 구속된다면 그 재판부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헌법적 가치를 버리는 종북좌파의 충견일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해당 문건은 "재판장님께 묻겠다"며 "당신의 양심은 얼마입니까"라는 글로 마무리했다.
정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30분쯤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제21대 국회 개원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 벗어 던져 현장에서 검거됐다.
정씨는 경호원들이 제압하려 하자 "가짜평화 위선자 문재인은 당장 자유대한민국을 떠나라"고 외쳤다. 당시 그는 돌발행동을 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에게) 치욕스러움을 느끼게 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국회 경호 인력과 대치하던 그는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아왔다.
정씨는 북한인권단체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로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활동이력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공화당의 최연소 후보로 나온 정모씨 부친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정씨의 선거벽보 파일 7장을 올리기도 했다.
정씨는 경기 안산 단원구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 청소년단체 소속 극단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활동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도 실렸다.
한편 영장심사 전에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정씨를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