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의혹 침묵' 임은정 검사 참다 못한 한마디 "몇몇 분들이.."

입력 2020.07.15 07:09수정 2020.07.15 10:57
"미리 양해 구한다"
'박원순 의혹 침묵' 임은정 검사 참다 못한 한마디 "몇몇 분들이.."
2019년 10월 4일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검찰 고위직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등 검찰내부 비판자로 제 길을 꿋꿋이 가고 있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이야기에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근래 몇몇 분들이 저와 서지현 검사를 목 놓아 부른 것과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인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미투운동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서지현 검사는 박 시장과 관련해 의견표출을 하지 않는다며 이쪽저쪽의 비판, 부추김, 권유 등에 시달리다 못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고 호소하면서 SNS활동을 중단했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임 부장검사는 "검사게시판에 글 쓴 것이 징계사유 중 하나였고, 내부망과 페북에 글 쓰면 징계하겠다는 검사장 경고에 한참을 시달렸다"며 "글 쓸 때마다 징계 회부할 꼬투리가 있는지 재삼재사 확인했고,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징계한다면 소송에서 어떻게 공격하고 방어할지도 미리 생각해놓아야 했다"고 SNS 활동도 공소장을 쓰는 것 못지않게 이것저것 따지면서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제 직책과 제 말의 무게를 알고 얼마나 공격받을지는 경험으로 더욱 잘 알기에, 아는 만큼 최소한으로 말하려 하고, 살얼음판 걷듯 수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처한 자리와 입장에 따라, 각종 사건에 맞춤형 멘트를 원하는 분들이 참 많다"면서 "애처로운 SOS도 적지 않고, 함정에 걸려들길 바라는 악의적 시선도 없지 않네요"라고 자신의 의견표출을 꼬투리 삼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이 많음을 지적했다.

이에 임 부장검사는 "검사직과 제 말의 무게가 버거운 저로서는 앞으로도 아는 만큼만 말할 생각이다"며 "검찰 내부 일만으로도 능력이 벅차 검찰 밖 일은 지금까지와 같이 깊이 공부하여 벗들과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니, 혹여 세상만사에 대한 제 짧은 생각을 기대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양해 구한다"고 검찰 밖의 일에 왈가왈부할 일은 없을 듯하다고 했다.

끝으로 임 부장검사는 "또 미투 이야기를 접한 후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피소된 분들 중 울산시민이 있다면 제가 사건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말을 더욱 아끼고 있다"며 검사가 상식선에서 말한 의견일지라도 사건 관계자에겐 다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검찰밖 일에 침묵하고 있음을 이해해 달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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